군 생활에서 자유는 전역이라는 생각을 바꾸어 준 책

 

자유를 추구했던 입대 전 나의 삶

입대 이후에도 한동안 변하지 않은 생각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를 읽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유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자유는 나답기 위한 서사를 쓰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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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의미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는 우리의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한다. 100년을 기준으로 25세까지는 봄, 50세까지는 여름, 75세까지는 가을, 75세 이후부터는 겨울이다. 이는 네팔 사람들이 인생을 구분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75세 이후가 겨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추운 시기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인생이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지는 과정을 설명한 비유이다.

내 꿈은 음악가로 시작해 후에 세상을 즐겁게 할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중학생 때부터 락키드로서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에 대한 막연한 꿈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확고한 목표로 자리잡힌 건 대학교 2학년 즈음이었다. 내 기준에서는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시간 내에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 무모하게 달렸다. 시간이 갈수록 그러한 강박은 점점 심해져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내가 갖지 못한 걸 끝내 가져 으스대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가장 나다운 삶을 기대해보며

입대를 한 이후에도 그러한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제한된 생활에서 내가 생각한 자유는 전역이었다. 따라서 전역을 하기 전까지의 내 삶은 잠깐 중단된 것이라고 생각했고, 전역을 한 이후에 다시 저물어가는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낼까 나름 울적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러한 아쉬운 마음들은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아니라 되려 나를 구속하고 있던 강박이었다.

내가 어떻게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자유라는 단어를 다 이해했겠냐만, 내 나름대로 느낀 그 종합을 적어 보자면 자유롭지 않은 사람은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은둔하거나 젊어 보인다는 말에 목을 매는 사람처럼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자신이 지금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떤 것을 나답게 즐길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반대로 자유로운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 내가 나답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나는 이미 작성해버린 페이지를 아쉽다고 읽고 또 읽을 수는 없다. 이러다간 앞으로 쓰일 나의 빈 페이지도 이전 페이지들에 대한 회한이 담긴 감상문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일찍 꿈을 가졌더라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계절이 아직 무르익기도 전인 봄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 페이지가 어떻게 쓰였건 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간에 아직 발단에 지나지 않는다. 남은 수많은 페이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최고의 반전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긴장과 감동으로 가득한 재미있는 책이 되어갈 수도 있다. 전형적인 이야기가 담긴 지루한 소설이 아니라 자유롭게 쓰인 가장 나다운 소설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후에 여름, 가을, 겨울에 해당하는 나이가 되더라도 그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그런 서사가 완성되지 않을까.

관물대에 붙인 작은 목표부터 실천

현재 군 생활을 하고 있는 내 삶 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내 삶은 멈춰 있지 않다. 여전히 나의 페이지는 넘어가고 있고, 그 페이지는 지금뿐인 봄 향기를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의 공백들이다. 즉 진정한 자유는 군 생활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들을 바로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상황병 근무가 끝나고 컴퓨터로 표 하나를 만들어서 뽑았다. 그 표에는 내가 군 생활 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 매일매일 지키고 싶은 것들이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다. 이를테면 하루에 밥 3끼 먹고 매일 운동하기, 기타 연습하기, 포상휴가 받아보기, 특급전사 되기 등등이 있다. 이를 코팅한 후 관물대에 붙여서 올바르게 실천했는지 매일 확인하고 있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관물대 옆에 작은 목표를 붙여서 이뤄 갈 수 있듯이, 때가 아니라고 생각돼도 언제든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완벽한 서사를 쓰려고 스스로 구속할 필요는 없다. 전형적인 서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건 이 아름다운 계절의 페이지를 채워 가는 가장 나다운 글솜씨일 테니까.

글=장응일 일병(22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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