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감사

잠시 멈추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 

 

얼마 전 충남 논산 '돈암서원'과 '윤증고택'을 찾아가는 역사 문화 탐방을 회원들과 함께 가는 길이었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렸는데 화장실이 수리 중이라 산 쪽에 설치된 임시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을 나오다가 발을 헛디뎌 발등을 삐게 되었다. 발이 약간 불편했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탐방 일정을 소화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니 발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졌다. 다음날은 일요일이라 병원이 문을 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월요일 아침 일찍 집 근처 정형외과 병원을 찾았다. “발등이 왜 이렇게 많이 부었어요?” 의사가 놀라며 물었다. X레이를 찍어본 후 의사는 인대가 파열되고 뼈에 금이 가볍게 갔다고 진단했다.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반기브스‘를 한 채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에 왔다. 움직일 수가 없으니 외부 활동은 어려웠다. 당분간 방에 콕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방콕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발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발을 헛디뎠던 순간적인 실수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되는데 하면서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찌하랴. 이제 발등이 빠른 시간에 회복되도록 잘 관리를 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사전에 잡혔던 외부 일정들은 서둘러 상황을 설명하고 취소했다. 많은 분들이 “나도 발을 삔 경험이 있는데 조심해서 관리해야 한다”며 다양한 노하우를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감사 강의 때 강조했던 '상황감사'가 떠올랐다. 발목을 다쳐 방콕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감사할까. 조용히 눈을 감고 감사 거리를 묵상해보았다. 감사한 일들이 하나 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1. 그래도 왼쪽 발등을 다쳐서 오른발로 중심을 잡고 활동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2. 넘어지지 않아서 손을 다치지 않았기에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3. 상황감사를 체험하게 해주시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실감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4. 주말에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안타까웠으나 월요일에 아침 일찍 병원에 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5. 움직일 수 없을 때 아내가 손발이 되어 세심하게 돌봐주어서 감사합니다. 
6. 평소에 두 발로 걸을 수 있음이 기적이고 일상의 하나하나가 감사임을 깨닫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할 일을 적어보니 20개가 넘게 나와서 감사할 것들이 참 많은 것을 알았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모두 감사할 일이라니 감사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감사의 시간‘이기도 했다. 코로나 덕분에 ’줌 회의‘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재택근무를 하며 줌 회의에 참여할 수 있음도 감사한 일이었다. 

2주 정도 지난 후 출근하면서 며칠 동안 택시를 이용했다. 그러다가 상태가 조금 나아져서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기로 했다. 발이 불편하니 계단을 이용할 수 없어서 걱정이었다. 집 근처 전철역에서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니 익숙하지가 않았다. 사실 나는 평소에 전철에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주로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두리번거리며 찾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바로 앞이 장애인 표시가 있는 구역이었다. 발목보호대를 하고 전철을 타니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직장이 여의도라 여의도역에서 내렸다. 어렵게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엘리베이터를 발견한 순간 기쁘고 반가웠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계단을 밟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출퇴근을 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야,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우리나라 전철역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엘리베이터 시설이 잘되어 있음을 보고 놀랐다. 

발이 아프고 난 후에야 알았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왜 필요한지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발이 온전히 회복되어 자유자재로 걸을 수 있으니 하늘을 날을 것 같은 기분이다. 다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두 발로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멀리 보이는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랑의 동반자가 되고 있어서 고맙게 느껴졌다. 주위 분들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더 빨리 회복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멈추어 보니 움직일 때 보이지 않았던 감사가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잠시 멈추고 생각하면 모든 게 감사거리다. 감사를 하나하나 세어보면서 오늘도 선물로 주어진 기적의 하루를 맞이한다.

 

감사나눔연구원 양병무 원장.
감사나눔연구원 양병무 원장.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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