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교도관 생활에의 회고

중간처우제도는 교정시설에 머물고 있는 수형자들에게 사회와 근접한 생활환경을 배려하여 장기구금에 따른 사회적 단절감을 해소토록 하고, 사회적응력의 배양을 통해 사회복귀를 촉진시켜 나감에 그 뜻을 두고 있다. 
그것은 바뀐 세상의 쓸모를 더해 내일을 여는 창에 가까이 다가서게 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기억 속의 풍경들을 쉬임 없이 소환해 주는 작업이기도 했다. 
지난 세월에 내장된 마음 저릿한 일탈의 자국들일랑은 지워가며. 이러한 중간처우제도는 두 가지 양태로 존재 하였으니, 그 하나는 소규모 중간처우의 집을 지역사회와 가까운 곳에 만들어 운영하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교정시설 내 일정 구역을 지정하여 다양한 사회적 처우를 시행해 나가는 형태로 존재했다. 

이 제도들은 1788년 영국에서 절도나 구걸을 하던 소년범들을 교도소가 아닌 작은 오두막에 수용하여 구금에 대한 대안으로 활용한 것을 효시로 하여, 종래에는 1950년대에 미국, 영국 등에서 채택•운영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었다.
교정본부장이 된 후 곧바로 중간처우제도 준비팀을 만들어 제종 선험적 사례들을 충분히 검토•복기해 보도록 한 뒤 조심스레 그 시행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리하여 한국 최초의 중간처우시설이 이윽고 안양교도소 밖 유휴부지에 세워져 문을 열기에 이르니 이른바 ‘소망의 집’이었다.
이곳은 2인 1실 규모의 깨끗한 침실 5개 및 TV와 공중전화, 컴퓨터 등이 설치된 휴게실로 구성되었다. 수용가능인원이 10명인지라 중장기수형자 중 6개월 이내 가석방이 가능한 자를 대상으로 선정•수용토록 했다. 
선정된 자들은 모두 일반사회 기업체에 외부 통근 작업을 하도록 배려했고, 전화사용은 물론 일정기간 수용 이후에는 필요적 귀휴 제도를 시행하여 매주말 가족과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배려해 주었다. 

무의미했던 시간들에 의미가 주어지니, 수형자들의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도 삶을 제대로 갈무리해 보려는 의지가 배어 가는 듯해 보기에 좋았었다.
나중에는 ‘소망의 집’ 옆 부지에 공장까지 신축, 이름하여 ‘아름다운 자동차 가게’를 설립•운영하기에 이르렀는데, 사회적기업인 (주)오토차밍과 제휴하여 동기업의 전문기술을 유치, 수형자들로 하여금 스팀 세차, 코팅, 실내크리닝 등의 기술을 익히게 했더니, 출소 후 바로 본사의 정직원으로 채용되었었다. 
사회복귀에 이르는 방법에 관한 새로운 시도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로 다가드니, 이 성취의 확산을 주저할 이유가 없어 마산, 춘천, 순천, 청주여자교도소 등 지방청별로 1개 기관씩 중간처우의 집을 설립•운영토록 했다.

또한 거기에 멈추지 않고, 천안개방교도소를 사회적응훈련원으로 아예 그 기능을 전환시켜 시설 내 중간처우의 본산으로 확대•구축하였다.
중간처우에 상응하는 인적 구성과 제반시스템을 완비한 후, 차관 및 지역 검사장과 다수의 교정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응훈련원 개원식을 거창하게 가졌고 또 거창하게 중간처우 본연의 작업들을 수행해 나갔다.
처우대상을 180명으로 제한하고, 단계별 처우의 원활을 도모하고자 매월 30명씩 선정하되, 형기 5년 이상인 모범수형자 중 선정 기준일로부터 6개월 이내 가석방이 가능한 자로 한정했다. 또한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자 본부에 교정정책단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각 과장을 위원으로 하는 중간처우대상자 선정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사에 임하도록 했다.

사회적응훈련에 수용된 자들에 대해서는 가석방 예정일을 미리 고지해 줌은 물론, 외부 통근 작업과 사회견학, 귀휴 등으로 전면적 사회체험훈련 및 대인관계 향상교육 등을 시행해 나갔다. 
거기에 더해 행여 돌아갈 사회 속에서 마주칠지도 모를 새롭고 생경한 작은 부분 하나라도 그들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하거나 혹은 좌절감으로 다가서는 일이 없도록 세밀하고 구체적인 사회적응훈련을 병행했었다. 
고장 난 대형 버스를 구해 세워두고, 또는 지하철 개찰구의 모양을 만들어 두고 승차하는 방법까지 가르치는 등,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편입 시켜주고자 비지땀들을 흘렸었다.
교정본부장의 눈으로 어디를,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지는 취임하기 전부터 나름의 생각과 다짐들을 거듭해 왔던 터이나, 수형자라는 이 신산한 인생들에게, 마주한 삶의 장애를 어떻게든 이겨내고 제대로 된 삶을 재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획득시켜 주는 작업은 익숙하면서도 언제나 어려웠다.

그러나 또한 간절함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을 터, 우리 모두의 땀과 정성이 헛되지 않아 출소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열망하던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를 바랄 뿐이었다. 
당장은, 어쩌면 오래도록 그러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리될 것을 믿는 사람들이, 영혼의 허기만이 가득한 이 바닥을 끝내 지키고 있을 것이었다.

이태희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현 사단법인 재향 대한민국 교정동우회 회장)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