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생의 노래들

“우리들의 삶속에는 수많은 인생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들이 있습니다. 아픔과 슬픔을 담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기쁨과 환희를 담은 노래도 있습니다. 지금 수용생활을 하고 있는 저로써는 원망과 불평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낭패와 실망,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 빠졌습니다.”

동부구치소 수용자 장00님이 쓴 감사 후기 소감문 첫 문단이다.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는, 제2회 전국 교정시설 감사나눔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100감사와 매일 5감사를 쓰니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고, 불평과 원망이 사라지면서 기쁨과 환희가 자리잡았고, 긍정적이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수용생활을 하니 몸과 마음과 표정 그리고 행동이 밝아지고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세상이 감사로 이루어졌음을 깨달은 내 자신에게도 감사합니다.”

놀랍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에 비하면 몇 달이라는 극히 짧은 세월인데 그 기간에 세상을 새롭게 보았다는 것 말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감사 예찬’ 시에 담긴 의미

영국 엑스터대학교 의대의 인지신경학자 애덤 지먼 교수는 시와 같이 감정이 부여된 글을 읽는 사람들의 뇌 반응이,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는 사람들의 뇌 반응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산문을 읽을 때와 달리 시를 읽게 되면 인간의식과 다른 사람의 믿음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후대상피질이 더 활성화되는데, 이때의 감정이 노래를 들을 때처럼 사람 기분을 더 급격하게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를 읽지 않고 직접 써보면 어떤 감정이 나올까? 우리가 시인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보듯이 실제로 누구나 시를 쓰는 순간 평소보다 깊은 감정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시는 더 많이 더 깊게 나 자신 혹은 대상에 감정이입을 해야만 짧은 문장을 감동적으로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장00님이 ‘감사장(5감사)’ 시작 부분에 쓴 감사 후기 소감시 ‘감사 예찬’이다.

“감사만이 꽃길입니다 // 누구도 아프지 않고 / 걸어가는 꽃향기 나는 길입니다 // 감사만이 행복의 원석입니다 // 슬프고 힘들고 외롭고 지칠 때 / 감사할 수 있다면 삶은 바로 / 긍정과 행복으로 바뀔 겁니다 // 감사만이 기도입니다 // 기도 한 줄 외우지도 혹 몰라도 / 고맙다 감사하다 / 반복하다 보면 // 어느 날 내 인생이 기도의 바다로 흘러 / 조용히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나를 보며 / 감동하고 행복하게 됩니다”

일상의 감사 감정을 압축해서 직접적이고도 비유적으로 자작시를 쓴 장00님은 소감문이라는 산문을 쓸 때와 다른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감사 예찬’ 시를 노래로 만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운율이 느껴져 노래처럼 들렸을 것이다. 노래의 시작이 시였고, 시 안에 자연스레 리듬이 있어 노래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 감사 항목을 시로 여기며 썼을지도 모를 장00님의 감사쓰기, 그 과정이 세상의 이치가 감사라는 깨달음을 더 빠르게 했을 것이다.

감사 항목을 시처럼 보면

“1.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준 법무부에 감사합니다. 2.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하는 취사장 수용자 분께 감사합니다. 3. 하루 종일 수용생활에 도움 주는 같은 방 11상 10방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4. 하루 30분 운동을 위해 점검해 주고 인솔해 주는 담당자 직원에게 감사합니다. 5. 나의 건강을 위해 매일 약을 갖다 주는 직원 분에게도 감사합니다.”

장00님의 5감사 일부다. 형식은 산문이라고 하지만 이를 시라고 여기고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만일 장00님이 모든 감사를 시의 감정을 투영하듯이 썼다면, 그건 산문시라는 장르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산문과 시는 같은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산문은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고, 시는 다소 불친절해 보일 수 있는 문장이 등장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지난 과거의 감정을 변화시킨다는 특성은 같다. 다른 점은 산문보다 시가 더 깊은 감정의 세계를 건드린다는 것이다.

다음은 ‘사랑하는 여자 감사 인사’라는 타이틀로 쓴 100감사 일부이다.

“늦은 나이지만 진정한 사랑이 무언지 알게 해준 그대 감사합니다. 못생긴 나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줘서 감사합니다. 늦은 가을 길상사에서 낙엽과 추억으로 시작된 만남에 감사합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미소가 예뻐서 감사합니다. 그대의 남자여서 너무 행복해 감사합니다.”

번호를 일부러 빼고 옮겨보았다. 글 자체를 한 편의 시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 역시 느낌이 달라진다. 나아가 노래로 여기고 읽어보면 그 느낌은 상상 이상이다.

감사에게 감사하며

장00님이 쓴 ‘감사에게 감사하며’ 시를 보자.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설레었소 // 당신을 만날 때마다 나는 달라졌소 // 당신도 내 편인 게 감사했소 // 당신은 나의 친구였소 가장 좋은 // 내가 잠들어 있을 땐 옆에서 깨워 주었고 / 내가 위험할 때 막고 힘들 때는 뒤에서 밀고 / 내가 괴로울 땐 노래를 불러 주었소 / 내가 우울할 땐 햇빛이 되고 / 내가 외로울 땐 창문도 두드려 주었소 / 그대 고마운 감사여 / 감사는 내 일상의 양식이었고 / 내 생각의 기쁨이었소 // 당신에게 내 인생으로 // 사랑과 감사를 보내오”

이 시 한 편으로 장00님은 감사와 하나가 되었다. 앞으로 감사가 그의 남은 생과 함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교정시설에 갈 이유도 없을 것이다. 감사를 쓴 주위 모든 분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이게 세상 사는 이치 아닐까?

“취침 9시부터 감미로운 음악으로 취침에 도움 주신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장00님이 ‘법무부(교정기관) 직원’에게 쓴 100감사의 한 항목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사를 쓰고, 그 감사 내용을 시처럼 음악처럼 여기며 잠을 청하는 날들, 밝은 내일을 안겨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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