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쓰기가 알려준 것

최00님이 쓴 감사 정의에 동료들이 멋진 그림을 그려주었다.
최00님이 쓴 감사 정의에 동료들이 멋진 그림을 그려주었다.

단순한 계기였지만 끝은 창대

“단순히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3월 22일에 첫 돌을 맞는, 단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아들을 만질 목적으로 시작한 감사는 저의 수감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버렸고, 저는 더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으며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수감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델라프로젝트에 참여한 저의 삶은 180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제2회 전국 교정시설 감사나눔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강원북부교도소 최00님의 소감문 일부다. 시작은 애끊는 부정(父情)이었으나 끝은 자기 자신을 혁명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 같다.

“5000개가 넘는 감사쓰기를 계획하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겼던 것은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100가지씩 감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무리는 아닐지 걱정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 공모전에 수상을 하여 가족들을 초대하신 최우수상 수상자의 인터뷰를 보면서 ‘저 또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최우수상 바로 아래인 우수상을 수상했기에 최00님이 바라던 희망은 현실화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행복하면 감사하게 된다’가 아닌 ‘감사하면 행복하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니 한순간의 실망도 감사로 승화시켜 긍정의 마음으로 수감생활을 이어갈 것에 미리 감사드린다. 덧붙여 공모전 성격상 등수를 매기는 것에 늘 죄송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 헤아려주길 바라며, 많은 분들이 최00님처럼 어떤 계기이든 감사쓰기에 도전해 보길 간곡히 권유한다. 그 끝이 늘 빛나고 창대하기에.

느낌표가 있는 감사 문장

최00님의 1일 10감사 노트는 총 2권으로 1권은 2022년 12월 1일부터 2023년 1월 29일 동안 쓴 600감사가 있고, 2권은 2023년 1월 30일부터 2023년 3월 8일 동안 쓴 400감사가 있다.

“1. 감사한 마음을 담아 1일 10감사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2. 12월의 시작을 부모님과의 접전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3. 못난 아들을 보기 위해 왕복 5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달려와 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4. 저와 방식구들을 위해 접견품을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8. 건강한 정신으로 감사쓰기를 이어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9. 우렁찬 목소리로 ‘각방 차렷!!’을 외치시는 구재옥 부장님께 감사합니다! 10. 웃음이 가득했던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총 1000감사의 첫 시작은 평범해 보였다. 단, 특이한 건 온점(.)이 아니라 느낌표(!)로 문장을 마무리한다는 거였다. 이는 모든 감사에 적용되고 있었다. 감사쓰기에서 변별력을 갖기 위해 일부러 한 거였다고 추론해 볼 수 있더라도 전 감사에 느낌표를 찍어갔다면 분명 온점을 찍을 때와 다른 느낌을 가졌을 것 같다. 즉 감사 항목을 몸과 마음에 한 번 더 깊게 새겨 넣겠다는 다짐 같은 것 아니었을까?

진정성이 묻어나는 구체 감사들

느낌표로 일관한 최00님의 감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감사가 있었다. 감사나눔신문에 쓴 100감사 항목을 노트에 옮긴 뒤 항목별로 더 세세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감사는 구체적으로 쓰면 쓸수록 진정성이 배어나오는 감사 원칙에 딱 부합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100감사 서술하기’ 감사노트를 보자. ‘서술하기’ 단어부터 의미심장한 기대를 갖게 하는데, 첫 페이지는 감사나눔신문에 쓴 100감사가 오려져 붙어 있었다. 첫 항목은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올바르게 자라온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감사합니다!”이다. 이를 노트에 옮긴 뒤 서술한 구체 내용을 보자.

“맨 처음 아내를 만나 느낀 감정은 ‘와 예쁘다’였고 두 번째 감정은 ‘가정교육을 올바르게 받았구나?’였습니다. 그만큼 몸이 배어 있는 사랑과 배려,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을 본 저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 처가댁 식구들을 만나서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장모님, 장인어른, 형님 모두 너무나도 선하신 분들이며 화목하게 가정을 이끌어 오셨기 때문입니다. 넘치는 사랑과 배려가 가득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준 나의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느낌표에 빨간 하트까지 표기한 100감사 노트, 아니 500감사 분량에 준하는 내용들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단순한 작심의 진의가 진한 가족애에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감사노트도 마찬가지이다. 감사나눔신문에 쓴 100감사 오려져 붙어 있고, 이어 항목별로 서술하기가 기술되어 있다.

“1. 열 달 동안 저를 뱃속에 품어주시고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신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 저를 임신하시고 저희 어머니는 특히나 입덧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입덧 약이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그 누구보다 고생을 했다며 제게 생색을 내시고 했습니다. 혹여나 뱃속의 아기가 잘 안 클까 싶어서 매슥거리는 속을 달래며 꾸역꾸역 음식을 찾아서 드신 덕에 제가 건강하게 3.14킬로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저를 건강하게 풀어주시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나의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전체를 읽으면 인생의 변곡점을 주로 담은 자서전과 달리 일상의 모든 걸 적고 있는데, 그 모든 일상에 감사를 의미부여하는 감사쓰기, 가히 혁명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모든 걸 뒤바꾼 감사 에너지가 최00님의 미래를 행복하게 이끌 것이다.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