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산이 있고 징검다리 건너 학교가 하나있는 시골마을에서 동네사람들은 저에게 묻곤 했습니다. “너 커서 뭐가 될 거야?” 그럼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그 꼬마는 당차게 “ 저 선생님 될 거예요. 꼭” 그 당차게 말하던 꼬마가 꿈을 이루어 30년 가까이 오늘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감사를 통해서 더 많이 웃고 눈높이를 맞추면서. 그러면서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 그 날이 오면 난 그 뒤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지?  교실을 떠난 삶을 생각하기란……. 내 삶의 버킷리스트는?

1. 천직인 나의 꿈. 해피엔딩 만들기
건강을 잘 유지하여 나의 꿈 터인 교실에서 7년 정도 남은 시간, 지금처럼 감사나눔 학급경영을 하며 정년퇴임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특히 감사나눔 학급경영은 이제 5년차이므로 앞으로 더 발전시켜 완성도를 높이고 교육 전반에 확산되어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행복한 공동체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의욕이 넘치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도 건강이 허락해야 마지막 순간까지 나의 소명을 다할  수 있기에 오늘 하루도 1만보를 걷습니다. 
30여년이 흐르는 동안, 교실이 있고 아이들과 함께 해야 행복함을 알기에 단 한 번도 영어나 체육 등 전담선생님을 맡은 적이 없습니다. 승진을 꿈꾸지도 않았습니다. 해마다 30여명의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쳤습니다. 교실을 떠나는 날에도 그렇게 하고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교직을 놓아야 하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잠시 휴직으로 돌리며 교직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제 삶 자체였으니까요. 교실이 나의 꿈 터이자 일터이자 삶터였으니까. 해피엔딩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하렵니다.

2. 새벽을 기다리는 삶, 1만보 걷기
曉迎(새벽효,맞이할영)이라는 나의 호처럼 새벽을 맞이하여 자연의 친구들이 있는 아침 길을 걸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걷기는 신체 건강을 지키는 수호신도 되지만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기에 그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스치는 바람결이 얼굴에 닿는 그 보드라운 느낌, 이슬 머금고 갓 피어난 꽃 몽우리, 그땐 폰으로 한 컷 찍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그렇게 소녀처럼 살아가렵니다.

3. 성가대 찬양에서 피아노 독주까지
주일마다 성가대 대원으로 찬양할 때 은혜로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힐 때가 많습니다. 연습을 위하여 토요일 저녁 한 시간을 꺼내어 준비하니 힘들 수도 있지만 찬양하는 순간에 자유로운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느낌입니다. 지금은 주중에 학교와 가정을 꾸려나가니 바쁠 때가 많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열심히 연습하여 내가 좋아하는 폴란드 피아니스트    테클라 바다르체프스카가 작곡한 ‘소녀의 기도’를 연주해 보고 싶습니다. 

4. 감사 담은 시 100편, 100감사에 화답하기
몇 년 전 남편에게서 100감사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답장을 적어 주긴 했지만 아직 남편에게 100감사를 써 주지 못하였습니다. 늘 아들에게 적고 있습니다. 내년 남편의 생일이 60번째입니다. 이날 뜻 깊은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만남부터 현재 진행형’의 삶을 돌아보며 100감사 시를 적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상상을 합니다. 다가올 그날을.

5. 선생님이란 이름에서 작가란 이름으로
늘 선생님이란 호칭을 듣고 살았습니다. 그 호칭을 자주 들을 수 없을 때 참 많이 허전할 것 같습니다. 제복에서 명찰을 떼어낼 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처럼. 그래서 교직생활의 일화와 가슴 뭉클했던 제자들과의 사연들, 또 부족함이 많았던 아이를 나름 쑤욱 성장 시켰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내려 합니다. 더불어 수필이나 시 형식으로 매일 2감사를 아들에게 적고 있는데 벌써 감사작품 1300번을 넘기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감사의 글들을 발췌하여 출판해 보려합니다. 그럼 작가라는 또 다른 명찰을 가슴에 붙이게 되겠지요. 벌써 긍정의 에너지가 몰려옵니다. 밝은 긍정의 에너지가.  

무엇을 하며 사느냐 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세상에 와 있습니다.
늘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넌 지금 어떻게 살고 있니?’ 51대 49인 상황, 49의 희생이 있더라도 51일을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안목을 위해서 오늘도 배웁니다. 그리고 오늘도 나의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해 옮깁니다. 감사를 가슴에 달고서. 감사합니다.   

천안아름초 교사 하민정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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