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제국 로마에서 배운다

아우구스투스 당시 로마제국의 인구는 얼마나 되었을까?
약 7천만에서 1억 명으로 추산된다. 이 방대한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능률적인 행정 체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화정시대에는 집정관과 총독의 임기가 1년이다 보니 행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었다. 갈수록 국정이 복잡해지면서 원로원 의원들은 많은 문제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고 시민과 속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행정 개혁은 필수 과제였다. 

프리츠 하이켈하임은 『로마사』에서 아우구스투스의 탁월한 업적의 하나로 “제국의 행정을 담당하는 ‘관료제’를 창설한 것”을 지적한다. 그가 통치하는 동안 꾸준히 발전시킨 훈련된 유급 직원들은 후임 황제들에게 로마라는 세계 국가의 행정력을 장악할 수 있게 해준 제국 관료의 전신이었다. 

2차 포에니전쟁(기원전 218-202) 이래로 속주 총독들, 행정가들, 대규모 토지 소유자들은 ‘해방노예’를 비서, 경리, 사업 관리자로 활용했다. 해방노예란 주인에게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민이 된 사람을 뜻한다. 일반 노예들은 하찮은 일을 했지만 해방노예들은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이들이 바로 제국 전역으로 확대된 복잡한 관료 조직의 핵심이 되었다. 

아우구스투스 때는 제국 초기인 까닭에 훈련된 행정가들이 필요했다. 행정 개혁이 가능한 것은 바로 훈련된 행정가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어디에 활용되었을까? 

우선 곡물 공급과 배급에 행정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식량은 안보와 함께 황제의 주요 책임이었다. 물 공급, 경찰과 화재 예방, 거리와 시장 건설 및 유지, 신전과 공공건물 건축과 보수 등을 위해 행정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또한 이탈리아 본토에서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도로와 교량 등 공공시설의 건설과 유지를 위해 그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속주에서도 황제의 사유지 관리, 세금 징수, 군대에 대한 식량과 장비 보급, 토목 사업, 제국의 우편 체계 등을 위해 훈련된 행정가가 필요했다. 

 

원로원 의원, 기사 계급, 해방노예의 다양한 인재 활용

아우구스투스는 제국 운영에 필요한 인재들은 신분을 막론하고 발탁했다. 원로원 의원과 ‘기사 계급’도 기용하여 역량을 발휘하도록 한 것이다.  기사 계급은 귀족과 평민의 중간 계급으로서 경제력을 지닌 경제활동가를 의미한다.  원래 기사 계급은 군마(軍馬)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인에서 유래되었고, 로마 군대 기병대의 주축을 이루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원로원 의원들을 고위 행정직에 활용했다. 하지만 최고위 행정가들 중 상당수는 경제계에서 활동하는 기사 신분에서도 발탁했다. 특히 재정, 조세, 상업 등 원로원 의원들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분야에서 기사 계급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기사들은 원로원 의원들보다 신뢰할 수 있었고 정치적으로 덜 위험했다. 나아가 기사 출신도 충직하게 일하면 원로원에 진출할 기회가 주어졌다. 인재 등용의 문이 넓어진 것이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해방노예’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므로 좀더 살펴보자. 처음에 해방노예들은 하찮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들의 성실성과 충성심이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제국의 관료제에서 통신 업무를 전담했다. 통신의 수요가 급증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해방노예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회계사, 감사, 비서, 서기 같은 인원에 대한 수요가 대거 늘어난 것이다. 이 조직에서 해방노예들은 안정된 자리를 얻었다. 

로마제국에서 중요한 비서 역할을 한 비서국 담당자들은 해방노예 계층의 독점 분야인 동시에 방대한 권력의 원천으로 남았다. 

해방노예들 중 상당수가 치밀하고 숙련된 관리자들이었다. 이들이 군비, 도로, 수로, 교량, 항만 등의 인프라와 신전, 궁전, 오락 경기, 대중 유희 등에 대한 예산을 실질적으로 책정했다. 또 금화와 은화의 무게와 순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속주에 세금을 어느 정도 부과할 것인지 등에 영향을 미쳤다. 뿐만아니라 총독, 관리관, 대리인, 기타 공무원 등에 대한 급여 수준도 이들이 주도했다. 

로마제국을 움직이는 데 있어 행정 전문가인 관료의 힘은 점점 막강해졌다. 해방노예들이 이 막중한 역할을 감당한 것이다. 로마의 국력은 노예들의 능력까지 활용함으로써 극대화될 수 있었다.

원로원 의원, 기사 계급, 해방노예까지 등용한 '개방적인 인재활용 전략'이 로마제국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오늘날의 미국(U.S.A.) 처럼 말이다. 

양병무 기자 

감사나눔연구원 양병무 원장.
감사나눔연구원 양병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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