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감사

사랑과 고통 그리고 용서에 대해 역설하는 정호승 시인, 사진 = 백맹기
사랑과 고통 그리고 용서에 대해 역설하는 정호승 시인, 사진 = 백맹기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호승 시인은 인간개발연구원 2077회 경영자연구회 강연에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해 고요한 시인의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인생은 잠깐이다.”
어릴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갔으나 나이 들어보니 어르신들의 말씀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했는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가치 외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찾을 수가 없다고 결론을 미리 내렸다. 

인생은 여행이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어떤 소중한 가치, 그것을 찾아서 지금까지 여행해 온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 연민, 슬픔, 기쁨, 절망, 희망, 상처, 분노, 미움, 증오 등 수많은 가치가 들어있다.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 시간이다.”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피에르 신부가 한 말이다. 삶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사랑을 찾아가는 일은 맨발로 히말라야의 설산을 기어오르는 것과 같아요. 그만큼 고통스럽다는 거예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대학생들과 나눈 대화 한 토막을 소개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입니까”
“가까운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것이 진정한 성공입니다.”

4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도 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만날 때마다 어머니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내가 한 달을 못 넘기고 하늘나라 갈 것 같은데 네가 걱정이다”라고 하셨단다. 
“어머니 제가 나이가 70인데 뭐가 걱정이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네가 걱정된다.”

어머니는 사랑의 본질적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다. 어머니의 희생 덕분에 오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희생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한하다. 상대적 사랑이 아니라 절대적 사랑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머니한테 많은 잘못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항상 용서해 주시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어머니의 사랑을 보면 '용서'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삶에서 고통스럽고 중요한 문제는 사실 용서로 귀결된다. 시인이 용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공부한 이유다. 주옥같은 용서의 말씀들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사랑은 용서로써 완성된다.”
“남을 용서하라. 남을 용서하지 않으면 당신이 죽는다.”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서'라는 ‘징검다리’를 딛고 건너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남을 용서하지 못한다는 것은 독약을 내가 먹고 남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용서는 선택이다. 용서를 선택함으로써 내 과거를 해방시켜 현재의 내 삶을 치유할 수 있다.”

이어 헨리 나우웬의 《탕자의 귀환》 한 구절을 소개했다.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
인생은 관계가 좋으면 천국, 나쁘면 지옥이 된다. 관계가 힘이 들면 사랑을 선택할 때 후회가 없다. 그러면서 가수 안치환이 노래하여 더욱 유명해진 〈풍경달다〉 시를 낭송했다. 그는 문단에 등단한지 51년이 되었고, 1,000여 편의 시를 썼지만 유일하게 짧아서 암송할 수 있는 시라고 솔직히 고백하여 박수를 받았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풍경은 누구 때문에 자기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가? 바람 때문이다. 바람은 또한 누구 때문에 자기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가? 풍경 때문이다. 바람과 풍경의 관계가 바로 사랑의 관계다.

사랑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가치인 ‘고통’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과 고통은 동의어다. 김수환 추기경은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라고 역설했다. 사랑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고통의 의미가 들어있다. 
고통의 예로 하루살이를 소환했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사는데 불행히도 하루 종일 비가 올 때가 있다.”
하루밖에 못 사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온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행한가. 어떤 면에서 우리 인생은 하루살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포도가 짓밟히는 고통이 없으면 포도주가 될 수 없듯이 인생은 고통을 넘어설 때 부패하지 않고 발효되어 승화된 삶을 살 수 있다. 

괴테가 “모든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고 한 말이 사랑과 고통의 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고 한 빅터 프랭클의 말을 소개했다. 

“연꽃이 진흙을 필요로 하듯 행복은 고통을 필요로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십자가를 지니고 있다. 십자가의 본질은 무거움에 있다.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틱낫한 스님과 송봉모 신부의 말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수선화에게〉 시를 낭독하며 아쉬움 속에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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