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꿈이 크고 많을 학창 시절 나는 서점을 하는 꿈을 꾸었다. 

물론 밥벌이의 수단은 아니었고 동네 인근 젊은이나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는 어르신들과 주기적으로 책을 읽고 서점 한켠에 마련된 탁자에서 맛나게 내린 커피를 마시며 장하달 것 없는 소감을 나누며 시간을 소비하고픈 소망이 있었다. 

할 일이 넘쳐날 젊은이가 꾸기에는 보잘 것 없는 꿈이라 누구에게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고 아이 셋을 낳아 키우면서 경제적  지원과 자립을 생각하면서는 의식 저편에 차곡차곡 접어놓았고 잊고 지냈으며 지금에서는 그게 내가 진정 원하던 삶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아내는 올해 3월 32년간 지켜오던 초등학교 교직을 내려놓고 명예퇴직 하였다. 아내는 교직에 있으며 '더불어 사는 아이들'을 목표로 가르쳤다. 

이를 큰딸이 이어받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더불이'라 부르며 교직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와 나는 내가 퇴직하는 4년 후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 
우선 퇴직 직후 처음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해, 강원 산골, 낙도 등에 2년 정도씩 살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그래서 인근 지역 관광도 하고, 낚시도 하며, 직장 생활로 매어 있었던 긴장도 풀고 여유를 가져보고도 싶고, 가까운 시골 교회도 섬기면서 할 수 있는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아이들도 주말에는 내려와서 봉사에 참여하게 할 생각이다. 따라 줄지는 미지수지만... 

그 삶을 꿈꾸며 조금씩 준비도 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 자립이 선행되어야 하고 삼남매의 독립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건강해야 하고 싶은 호사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이 때에 내 잔이 넘쳐야 이웃에 베풀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내일을 기약하며 허리띠도 졸라매고 있다. 

허나 이 역시 감사가 넘치는 일이다. 지금까지 90세 넘게 건강하게 지내시는 양가 부모님들의 기도로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꾸러 다닌 적 없고 낭떠러지를 쳐다보지도 않았으니 이보다 더한 감사는 없을 일이다. 

요즘도 시시때때로 아이들에게 감사의 생활화와 내가 가진 것을 주변 이웃에게 베푸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첩경이라 세뇌시키면서 나 자신도 마음을 단도리 하고 있다. 

30년 넘게 지켜온 직장 생활도 정년까지 4년 남짓 남았다. 그 사이 아이들은 모두 졸업할 것이고 이후 자기들 인생은 본인들이 잘 풀어나가리라는 믿음도 있어 아내와 나는 오늘도 산책하며 은퇴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기다리며 살고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안상남 (방위산업진흥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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