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를 말한다’

김진형 예비역 해군소장이 풀어낸

군에 대한 철학과 문화, 리더십, 가치관

반복 일상으로 피로가 쌓일 때 다가온 책

군생활의 현실적인 문제들

익숙지 않아 행한 실수, 딜레마에 빠진 순간

해답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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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란 무엇인가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에 피로가 쌓인 나에게 <대한민국 군대를 말한다>라는 책의 제목은 현역군인인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내가 지금껏 해온 군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와 앞으로 내가 하게 될 군생활에 있어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진형 예비역 해군소장으로서 38년간의 군생활 동안 많은 부대를 거치며 느껴온 군에 대한 철학과 문화, 리더십 등 여러 방면에서의 가치관을 엮어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하다 생각 드는 부분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책의 가장 첫 번째 키워드의 제목은 “가고싶은군대 안가고싶은군대”이다. 간부 즉, 직업군인은 안정된 직업이자 군 전문가로서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입대한 사람이다. 그럼 용사에게 있어 군대란 무엇일까? 책의 저자는 지금도 현역시절 만났던 용사와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한다. 그만큼 용사를 존중해줬을 것이고, 배려했을 것이다. 옆에 있는 용사에게 “군대 오고 싶어서 왔어?”라는 질문을 했을 때 과연 “그렇습니다”라는 대답이 어느 정도나 될까? 굉장히 적을 것이다.

칭기즈 칸의 리더십

“사랑받는 용사는 죽음을 잊고 싸운다.” 몽골의 칭기즈 칸이 한 말이다. 칭기즈 칸은 지난 1000년 동안 가장 크게 세계와 역사를 변화시킨 인물로 선정되었다. 몽골 초원의 목초지에서 보잘 것 없이 성장한 칭기즈 칸은 적은 병력으로 유럽의 큰 나라들을 상대하면서 잇달아 승리를 거두었고, 아시아에서 유럽을 관통하는 넓은 대륙에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칭기즈 칸은 지휘관을 선발할 때 출신과 배경을 따지지 않고, 유능한 사람을 과감하게 발탁하여 임무에 맡겼다. 용맹함도 중요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을 더 필요로 했다. 무조건적인 돌격대장식 지휘관은 아군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제국의 꿈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부하를 잘 모르는 사람, 타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리더로 뽑지 않았다. 광활한 대륙을 계속 이동하면서 벌이는 전투는 병사들의 자발적인 참여. 복종이 아닌 추종에 의해 움직여져야 했기 때문이다.

추종은 리더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하다. 솔선수범해야 함은 기본이고, 성실성과 정직성으로 병사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또한 전리품 약탈이 당연시 되던 시대에 개별적인 약탈을 철저히 금지시킴으로써 약탈로 인해 생기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였고, 모든 지휘관과 병사는 전투가 끝나 한 지역을 점령하고 나면 전리품분배는 지휘관과 병사들의 공과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다. 전리품은 고향의 가족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었고, 분배에 대한 신뢰는 군인들의 사기를 높여 승전 나팔을 울릴 수 있게 만들었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리품, 심지어 노예까지 보내오는 군인을 둔 가족들은 그들이 자랑이고 희망이었다. 고향의 어린아이들은 몽골군에 들어가 용사가 되어 싸우는 것이 큰 비전이 될 정도였다.

칭기즈 칸은 소통에 대해서도 중요시 생각했다. 가급적 자기주장보다는 다양한 계층의 군인들과 상인, 이민족을 만나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했다. 심지어 ‘만물의 통치자’라는 뜻의 칭기즈 칸이라는 호칭이나 황제라는 칭호보다는 그냥 ‘칸’으로 부르거나 자신의 이름인 ‘테무친’이라 부르게 했다. 병사들의 마음을 헤아렸고, 그 마음을 자기편으로 움직이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가슴으로 병사를 지휘하고 조직을 통솔했던 리더였다.

초심을 유지하게 해주는 책

군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은 상당히 많다. 판단력과 지휘력, 결단력, 창의력, 리더십 등등. 나는 그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한 구성원의 리더가 되어야 하고, 구성원을 이끌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병사들에게 나를 믿게 해야 하고, 나 또한 병사들을 믿어야 한다.

이런 책의 내용을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처음 임관하며 다짐했던 초심은 그대로 인지? 나의 소대원의 마음속 이야기는 잘 들었는지? 용사들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은 어떨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 또한 많지 않은 나이에 여러 사람의 마음을 알려다 보니 때론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이 책의 내용을 되새겨 보려 한다. 김진형 예비역 해군소장이나 칭기즈 칸과 같은 가슴으로 지휘하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앞으로도 용사들의 삶을 들을 것이고, 용사들을 존중할 것이다. 그들이 전역한 이후에 우리 군이 지켜내야 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군을 신뢰했으면 하고, 가장 아름다운 나이 20대 초반에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음에 명예로움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 책을 그 누구보다 앞으로 입대하게 될 후배 부사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많지 않은 나이에 간부로써 첫 군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처음 해보는 일에 익숙지 않아 실수하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에게 지적을 당해 좌절하기도 할 것이다. 때론 딜레마에 빠져 고민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 그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해답을 찾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고, 앞으로 군을 이끌어갈 리더로써 성장하는데 필요한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글=윤민호 중사(22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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