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단풍과 산속 단풍이 차이 나는 이유는 지구열대화 때문

단풍이 드는 원리

지난 9월 25일 산림청이 발표한 ‘가을 단풍(절정) 예측지도’에 따르면 설악산 단풍 절정은 10월 23일에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설악산의 단풍 절정기인 10월 21일에 비해 이틀 정도 늦어지는 것이다. 이틀쯤이야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를 우리는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 매년 단풍 절정기가 늦어지는 건 여름이 길고 가을이 짧아지기 때문인데, 원인은 바로 지구 열대화이다. 조금씩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걸 막지 못하면 언젠가 가을 단풍 구경은 박물관에 모셔지는 풍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1년 중 산악사고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계절은 9월에서 10월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가을철 산길이 생각보다 미끄럽고, 생각보다 어둠이 빨리 오기 때문이란다. 이 정도라면 산행을 자주 하는 분들은 항시 인지하고 있는 주의사항들이지만, 문제는 1년에 딱 한 번 가을 단풍을 보려고 만반의 준비 없이 길을 나서는 분들이다. 여름 내내 초록으로 지내던 잎들이 노랗거나 빨갛게 물든 그 멋진 풍경을 겨울 나기 전 꼭 한 번 보려는 욕망, 정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일 것이다.

도심 가로수나 공원의 나무들도 단풍이 드는데, 왜 굳이 산으로 가려는 걸까? 한국임업진흥원 블로그 ‘숲드림’에 따르면 산속 단풍이 도심 속 단풍보다 채도도 높고 더 선명하기 때문이란다. 도심 속 단풍은 제대로 물들지 않은 상태에서 말라버리거나 그냥 떨어지지만, 도심과 달리 기온 차가 큰 산속은 본래의 모습대로 단풍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자연의 단풍이라는 건데, 여기서 단풍이 드는 원리를 보자.

단풍은 나무가 월동 준비를 하면서 광합성으로 생긴 당류가 줄기가 아닌 잎에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풍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기온이 떨어져야 잎이 호흡을 하지 않아 당이 쌓일 수 있는데, 그렇게 되려면 선선한 날씨가 아닌 쌀쌀한 날씨가 되어야 완연한 단풍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도 기온이 낮으면서 일교차가 크면 산속 단풍과 같은 모습이지만, 우리의 도시는 우리가 만드는 인공열과 인공시설물로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단풍 색감이 선명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난감하다. 제대로 된 단풍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무가 겨울을 잘 나기 위해 취하는 나무의 삶인데 우리가 살겠다고 만든 도시가 나무의 삶을 해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갈수록 지구 온도는 더 뜨거워지고 있는데 그건 바로 그만큼 우리가 즐기는 나무의 단풍을 우리가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 아닌가.

단풍의 진면목을 보는 길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원인 분석에 들어간 과학자들이 최종 내린 결론은 인간의 행위 때문이라고 한다. 즉 인간만의 풍족하면서도 안전한 삶을 위해 행하는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가 다시 땅으로 흡수되어야 하는데, 탄소를 잡을 숲이 점점 줄어들어 탄소의 양이 늘어나고, 그 탄소들이 온실가스가 되어 지구 표면에서 지구 온도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으로 올린 지구의 온도, 과학이 해결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과학은 과학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탄소를 덜 배출하고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만들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2050 탄소중립이 실현되면 절망이 사라질 테지만, 과학기술과 더불어 우리가 가져야 할 새로운 마음은 과학기술로 살지 않았던 시대의 지혜를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건 자연을 사람을 감사의 마음으로 일관되게 대하는 자세이다.

풍년이 들면 도토리가 적게 열리고 흉년이 들면 도토리가 많이 열린다. 이를 식물과학으로 풀면 봄에 가뭄이 들어 벼농사가 힘들어질 때 참나무들은 마른 날씨를 이용해 암수 꽃가루 수정을 완벽하게 해내기 때문에 꽃가루 수정의 결정체인 도토리들이 많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에 대해 87세 어르신이 흉년에 도토리가 많이 열리는 건 사람들이 배고프기 때문이란다. 이 말씀 자체가 나무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고, 그 마음이 나무를 베어내거나 숲을 파괴하는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나무는 봄여름가을겨울 우리에게 무엇이든 베푸는 데 우리는 그걸 모르고 식물과학으로 나무를 보며 이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숲은 점점 줄어들고, 그 결과 우리는 짙은 단풍을 보러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건 결국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우리 주위에서도 단풍의 진면목을 보는 길, 그건 나무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나무와 더불어 사는 어르신의 지혜를 다시 갖는 것이다. 그렇게 나무도 인공물에 치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라도록 하면 주위에서도 아름다운 가을의 단풍을 볼 것이다. 그게 진짜 단풍을 즐기는 감사의 마음이지 않을까?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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