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교도관 생활에의 회고

법무부에서는 교정행정의 달성 목표와 처우 방향의 적확한 척도를 마련하고자 해마다 출소 후 3년 이내의 재복역률 및 직업훈련수료 출소자의 취업률 등을 조사, 분석해 왔었다. 
그 결과 2008년도 조사 시 재복역률은 22%로 어느 선진국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고, 직업훈련이수 출소자의 정상적인 취업활동은 33.1%로 점증하여, 교정시설 직업훈련의 성과 또한 양호한 것으로 분석되어졌다. 

인간이란 원래 재기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믿고 있고 또 믿고 싶은 우리의 바램과 상치되지 아니하니 마음에 흡족했다.
그러나 또한 바로 그해부터 희망등대 운동의 일환인 '1사(社) 1우(友)운동'의 추진과 더불어 유관부처 및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법무부 수형자 취업정책협의회"를 구성. 운영하였을 뿐 아니라, 2008년 12월 19일 "수형자 사회복귀지원 등에 관한 지침"을 마련, 전국교정시설별로 '수형자 취업. 창업지원협의회'를 구성토록 하고, 이를 통해 수형자 취업아이템 경진대회, 출소예정자 창업자금 저리융자, 수형자 사회복귀 도우미 제도 등을 시행•안착시켜 왔으니, 아마도 이듬해 분석에서는 전에 없이 괄목상대한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싶었다.

참된 정책발상의 뿌리가 어떤 것이어야 하던 간에, 어차피 내년의 조사. 분석 결과는 지난 시간을 스크린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 그간에 우리가 흘린 땀과 신념의 색깔을 검증해 줄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자신감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는 매일, 자꾸만 더 큰 꿈들을 잉태하고 가꾸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기 마련이라는 조언을 늘 읽고 또 들어왔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아직은 미처 짐작하지도 못했던 교정의 또 다른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었으니, 이름하여 "출소예정자 취업박람회"였다. 출소예정자들에게 있어 그것은 가히 한마당 잔치라 할만 했다.

그러나 또한 그 잔치는,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인 동시에, 세상이 던져오는 무수한 질문과 약속들에 대해 어떻게 다시 자신의 삶을 불태우고 일어서 나아갈지를 대답해야 하는 쉽지 않은 시험의 시간이기도 했다. 
흘린 땀의 기록과 닦은 마음의 거울을 열어, 견디고 이겨낸 스스로의 성취를 한껏 펼쳐보여야 할 것이었다.

철저한 사전준비 끝에 2009년 10월 26일 천안개방교도소에서 전국교정시설의 출소예정자 341 명과 65개 중소기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드디어 제 1회 출소예정자 취업박람회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법무부차관을 비롯, 지역 국회의원, 각급 검사장, 중소기업청 및 충청남도 관계자 등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희망등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성황리에 열린 탓에 각종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기대 이상으로 받기에 이르니, 민.관 협력으로 수행되는 출소예정자 취업촉진과 창업지원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출소예정자의 면접을 위한 채용 관, 컨설팅 관, 이벤트 관, 화상면접 관 등의 코너를 구성 운영하는 등 다채롭게 진행하였으며, 특히 행사 격려차 참석한 각계인사와 출소예정자가 희망을 담은 노란리본을 나무에 매다는 '희망나무 만들기' 프로젝트를 펼쳐, 작은 것이나마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윽고 시행된 채용면접과 취업컨설팅을 통해서는 총 131명의 출소예정자가 취업하는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었다.

이 소중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이듬해 4월 27일 법무부와 노동부 및 중소기업청과 등과 공동으로 안양 실내체육관을 빌려 제 2회 취업박람회를 열었을 때는 무려 201개의 기업체와 1184명의 출소예정자가 참여하기에 이르렀으니 그 열기의 뜨거움이 과연 만만찮았었다.
그러나 그 행사의 개최는 당시의 신용해 담당과장을 비롯, 연일 밤을 새운 관계직원들의 노고가 없고서는 정녕 불가능했을 듯싶었다. 
우선 초빙 기업체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취업 희망자의 출소 후 거주예정지와의 연계성을 일일이 감안함은 물론, 참여 기업체가 요구하는 취득기능.기술의 소요와 공급 자원 까지 사전 분류.대처해 두어야 했으니, 그 일의 강도란 게 실로 장난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번 2차 박람회에서는 그 숨은 노력을 보상해 주기라도 하듯이 참가 수형자 중 무려 481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니, 그 기쁨이 더욱 컸다. 교정시설의 행사라면 늘 찾아와 격려를 마다않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번 행사에도 같이하여, 출소자 취업박람회라는 아이템 자체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만에 깊고 큰 숨으로 가슴 쭉 펴고, 두 팔 뻗은 기지개를 할 수 있었다. 다만 다시 세상을 향해 떠날 출소자들이 삶의 패인 곳곳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저마다의 광채로 빛날 수 있기를, 혹여 궂은 비 내리는 외로운 날이 또 오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 로 다시 힘겨워
도 부디 오늘 출발선에 남긴 자부심으로 이겨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겠다.

이태희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현 사단법인 대한민국 재향 교정동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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