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

 사진 속 붉은 점은
 사진 속 붉은 점은

두통은 '두통' 이라는 말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 일례로 앞머리는 주로 감기가 왔을 때 아프고, 앞머리 중에서도 눈썹머리가 아픈 미릉골(眉稜骨) 통은 위(胃)에서 온다. 이는 장부의 경락이 그렇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면 머리가 아프면서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폐의 경락인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이 위 부위에서 시작되는 까닭이다. ‘
이처럼 멀리 있는 장부의 병이 두통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로 인체 기혈의 도로와 경락 작용에 의해서이다.

체했거나 위경련이 일어나 아플 때는 눈을 못 뜨는 두통이 오고, 뒷머리 통증은 방광(膀胱)에서 오며, 뒷머리 중에서도 위쪽 두통은 신(腎)에서 온다. 그리고 머릿속이 따로 놀면서 골이 흔들리는 듯한 두통은 심(心)이 허해져서 오는 수가 많다. 

진통에는 침이 최고다. 침 자리 하나 제대로 잡아 침을 놓으면 통증은 깨끗이 사라진다. 어떤 두통이든지 효험을 볼 수 있는 진통 혈 자리로는 합곡(合谷)혈을 따를 것이 없다. 손등에서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몸통뼈가 만나는 부위인 합곡은 손가락을 벌리면 호랑이 입처럼 우묵하게 들어간다.

나는 머리가 아파서 온 사람이건 이가 아파서 온 사람이건, 목 위로 통증이 있으면 합곡에 침을 놓아 진통부터 시킨다. 합곡에 침을 꽂으면 두통인 사람은 찡그렸던 얼굴이 펴지고 치통인 사람은 턱을 감싸 쥐고 있던 손이 스르르 내려간다.
합곡은 그야말로 보물과 같은 혈이다. 대장의 원기가 흘러들어 머무는 곳으로 가볍고 맑은 기는 오르게 하고 진하고 탁한 기는 내리게 하여 목, 머리, 얼굴의 통증을 가라앉게 하니 침 마취에도 탁월한 자리이다. 

또한 합곡은 목 위쪽에 생긴 통증 전반을 다스리는 진통 혈이라 이, 귀, 코, 목이 아픈 증상을 싹 없앤다. 보통 양쪽이 아플 때는 양쪽 합곡을 쓰고 한쪽이 아플 때는 아픈 반대쪽 합곡을 쓴다. 그러니 두통, 치통은 약 찾을 필요도 없이 합곡에 침을 놓으면 된다.

나는 K씨가 오른쪽 옆머리를 아파하므로 왼쪽 합곡에 침을 꽂았다. 합곡에 침을 놓고 5분 정도 지났을까. 다른 진료대에서 그를 건너다보니 찡그렸던 얼굴이 확 펴져 있었다. 나는 K씨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다.
“옆머리 아픈 증상은 담석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병원에 가서 담석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세요. 침으로 당장 두통이 가라앉긴 했지만 두통을 일으킨 근본을 치료하지 않으면 또 통증이 올 거예요."

구당 김남수 옹의 책 ‘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에서 발췌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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