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시선

오래된 것보다 새로운 것이 추앙받는 시대다. 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도 있다. 시골 학교 어느 강당에 덩그렇게 놓여있는 피아노가 그렇다. 이제 쓸모가 없어져 먼지가 쌓였지만 까까머리 개구쟁이들이 운동장에 그득했었던 어느 한때, 다정다감한 멜로디로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였으리라.

영화 <하나와 앨리스(2004년작)>에는 자신의 존재를 만년필에 빗대어 딸에게 전하는 아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있다. 
"가끔 서랍을 정리하다가 불쑥 튀어나오곤 했지. '아 이걸 선물로 받았지' 생각하면서... 그러다 결국은 또 안 쓰게 돼. 그래도 다시 발견할 때마다 입학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되지. 선물 받은 물건이라 쉽게 버리지도 못해. 그래서 의외로 오래도록 곁에 남게 되지. 그런 점에서 만년필은 잘 고안된 물건이야”

낡은 앨범 속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들쳐본다. 스쳐가고 부대끼며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다. 쓸모 때문에 만난 인연이라면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이 가을, 손때 묻은 만년필 같은 오랜 인연들을 생각한다.

김시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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