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제국 로마에서 배운다

독일 켐프텐에 있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동상, 출처 = Wikimedia Commons
독일 켐프텐에 있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동상, 출처 = Wikimedia Commons

목표관리의 귀재인 아우구스투스는 ‘황제재무관’이라는 관직을 신설해 세무 제도의 개혁을 단행했다. 아우구스투스가 직접 임명한 국가의 세무 공무원이다. 이들은 기사 계급 출신으로 경제에 밝은 사람들이다. 공화정시대에도 ‘푸블리카누스(publicanus)’라는 이름으로 사설 징세업자가 있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종사자를 사설업자가 아니라 국가공무원으로 만든 것이다. 이들이 모여 국세청의 역할을 했다.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에 급여가 지급되는 대신, 징세액의 10%였던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 6권에서 아우구스투스가 황제재무관 체제를 도입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먼저 속주에서 ‘징세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화정 체제에서는 총독이 푸블리카누스를 장악하여 징세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 편성권도 장악하고 있었다. 세금도 걷고 예산도 집행하다 보니 징세업자와 결탁하여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서 속주 통치의 암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를 막기 위해 권력을 분립한 것이다. 즉, 징세권은 황제재무관에게 맡기고, 총독은 세금을 쓰는 일에만 전념하도록 교통정리를 했다. 

황제재무관의 도입은 제국 전체 차원에서 세금을 배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속주마다 경제력이 달라 세금 수입도 천차만별이었다. 방위비가 가장 지출이 많은 항목이었지만, 방위비를 쏟아부어야 할 지역은 대부분이 저개발 지역이라 세금이 적게 걷혀 방위비를 충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제가 발전한 속주에서 세금을 걷어 저개발된 속주로 배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금의 재분배’ 역할을 하기 위해 황제재무관의 도입이 필요했다. 

또한, 통치의 연속성을 확립하기 위해 황제재무관의 도입은 불가피했다. 아우구스투스가 임명하기 때문에 장기 근무가 가능해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총독의 임기가 1년으로 단기인 까닭에 황제재무관이 장기 근무하면서 통치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다. 

황제재무관이 징세한 세금은 경비를 제외하고 로마 본국으로 보내져 국고에 귀속되었다. 로마에서는 국세청의 역할을 감당하여 취합된 세금을 가지고 속주의 필요에 따라 배분했다. 주요 지출 항목으로 안전 보장비인 군사비와 로마 가도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비를 들 수 있다. 

선거법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 법제화

아우구스투스는 선거법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도 법제화했다. 선거에 나가는 후보자는 공탁금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법을 위반하면 공탁금을 몰수하여 국고에 들어가도록 했다. 

선거 개혁으로 선거법 위반이 사라졌을까? 놀랍게도 제도의 변화를 통해 선거 질서를 바로잡았다. 후보자들이 공직에 나가는 이유는 공직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로마의 공직 경로는 회계감사관, 원로원 의원, 법무관, 집정관, 속주 총독이었다. 선거로 회계감사관이 되어 출세 코스를 따라 마지막에 속주 총독이 되면 한몫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세무 전담 관료인 황제재무관을 파견하여 총독의 징세권을 박탈해버렸기에 이권 개입이 제도적으로 어렵게 되었다.  

아우구스투스는 황제 체제인 제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원로원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과정 하나하나는 합법인데, 결과적으로는 공화정이 폐지되고 제정 체제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보인 자제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원로원 의원들은 보고 싶은 현실만 보았으나, 아우구스투스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거북이처럼 꾸준히 앞으로 나갔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황제이면서도 황제를 알아주지 않는 일이 생겨도 화를 내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갈 때 사소한 걸림돌은 무시하면서 오히려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 목표관리와 인내심을 바탕으로 초대 황제로서 로마제국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감사나눔연구원 양병무 원장.
감사나눔연구원 양병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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