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온 편지

저는 한 순간의 격분을 참지 못하고 죄를 저질러 복역 중인 수용자입니다. 처음 순천교도소에 왔을 때는 0000번이라는 번호를 가슴에 달고 삶을 이어갈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내가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아는 교도소 직원들은 수시로 나의 근황을 묻고 진정어린 위로와 격려로 용기를 주었습니다. 
장발장을 구원한 게 신부님의 사랑이었듯이 ‘나는 이제 끝났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다가온 직원들의 따뜻한 가슴의 언어는 어느 성현이나 석학의 말씀보다 더 능력 있는 말씀이 되어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때 변화되는 특성이 있음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자포자기했던 마음을 추슬러 정신을 차린 후엔 제2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어릴 때 배움의 기회를 놓쳐 하지 못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워낙 기초가 없다보니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는 속담이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습니다.
가르쳐 주는 사람도 물어볼 곳도 없으니 영어와 수학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답을 눈으로 익히고 암기하여 초등 과정부터 고등 과정까지 검정고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자정이든 새벽이든 공부를 끝낼 때까지 방에 불을 끄지 않고 배려해준 천사도 있었고, 당신이 마시려고 보온병에 넣어온 건강차를 야간근무 때마다 매번 한 잔씩 나누어 준 천사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직원은 늦은 나이에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볼펜 한 다스를 선물로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격려와 수고를 아끼지 않고 도움을 준 교정직원들의 사랑과 배려에 힘입어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역사든 개인의 삶이든 모든 변화의 시작은 논리에 있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큰 격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생명이 꿈틀거리고 아름다운 창조가 빚어집니다. 
나의 친절이, 나의 배려가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바른 길을 가도록 도왔다면 그 얼마나 복된 일인가요!

그동안 많은 격려와 배려로 내가 바로 설 수 있게 도와준 순천교도소 직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오해가 발생할 소지도 있어 미루어오다 서울 남부교도소로 이감을 온 지금에서야 마음깊이 간직했던 소회를 밝힙니다.

순천교도소 직원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23. 10. 10
남부교도소 000 올림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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