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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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야할 만큼 심각한가요?"
그가 놀란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이럴 때 보면 말은 참 하기가 어렵다. 몇 마디로 내 뜻을 그대로 전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내가 그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한 뜻은 병을 확실하게 알고 치료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당신의 병을 알지만 환자인 당신은 병을 모르잖아요. 오래된 병은 오래 치료를 해야 하는데 환자가 본인의 병을 모르고서야 오랫동안 치료할 수 있겠어요? 눈으로 병을 볼 수 있는 의료장비는 병원에 있으니 병원에 가셔야지요."
일주일 뒤, K씨는 다시 나를 찾았다. 검사 결과가 담 결석으로 나온 것을 확인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병을 알아낸 분이 고쳐 주세요. 척보고 아셨으니 척 하고 병을 고칠 것 아닙니까?"

두통을 합곡(合谷) 하나로 잠재울 수도 있지만 두통에는 근본이 있으니 근본을 치료해야 한다. 가령 감기로 생긴 두통의 근본은 폐(肺)에 있으니 폐를 다스려야 한다. 
그래서 등에서 폐의 기가 흘러드는 폐유혈과, 폐로 침입해 감기를 일으키는 풍사를 걷어내고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하는 풍문혈을 주로 해서 쓰고, 배에서 폐의 경락이 시작되는 자리인 중완을 배합하여 쓴다.

눈썹머리 통증인 미릉골 두통의 근본은 위(胃)라고 했으니 위의 기를 내리고 소통시키는 내정혈을 쓴다. 위경련이 심할 때는 발바닥에 있으며 내정 보다 위(胃)의 기를 끌어내리는 힘이 강한 이내정혈을 쓰면 위경련이 가라앉는다.

옆머리 편두통은 반드시 옆머리로 흐르는 담(膽)의 경락을 치료해야 한다. 바깥 복사뼈 앞쪽 발목에 담의 원기가 머무는 구허혈, 발등 바깥쪽에 있으며 담의 기를 내리고 막힌 담 경락을 소통시키는 임읍혈을 선택한다. 여기에 담의 경맥인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에서 얼굴 신경이 시작되는 귀 뒤 아래쪽의 완골혈을 배합하면 진통 효과가 높다.

후두통에는 백가지 진통제가 무용지물, 침이 아니고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뒷머리가 아프면 혈압이 높은 줄 알고 걱정을 하는데,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혈압은 병이 아니고 증상이므로 혈압이 올라가게 만든 근본을 치료하면 혈압이 내려가고 그에 따라 머리 아픈 증상도 당연히 낫는다.

후두통의 근본은 방광이며 이 때에는 아랫배에 방광의 기가 모여드는 중극혈이 우선이다. 그리고 오행론(五行論)에서 상생관계인 금생수(金生水)에 따라 천추혈을 함께 쓴다. 

구당 김남수 옹의 책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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