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을 선물로 주고받는 데이(day) 문화

 

 

법정공휴일, 법정기념일, 데이 문화

연말에 이듬해 달력을 보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법정공휴일이 아닐까. 일하는 것도 좋지만 노는 것도 신나니까. 법정공휴일(法定公休日)은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공휴일이 된 날로 일요일과 국경일, 1월 1일, 음력 1월 1일과 전후 이틀,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음력 8월 15일과 전후 이틀, 성탄절 따위가 있다. 여기서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을 말하고, 법정공휴일은 아니지만 국가에서 주관하는 법정기념일로 53종이 있다.

이처럼 특정 날을 기념일로 잡아 각종 행사 등을 개최하며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경일은 국가의 기틀이 잡힌 경사스러운 날이고, 기념일은 공동체 발전과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즉 바쁜 일상생활에 파묻혀 버리면 안 될 중요 기억을 다시 각성시켜 지속가능한 국가와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는 뜻이다.

그런데 국가 주도 하에 모두가 기억해야 할 기념일 말고 데이(day) 문화가 우리 사회에는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발렌타인데이(2월 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 빼빼로데이(11월 11일)이다. 이날 연인 혹은 친구들은 서로의 사랑과 우정을 더욱 깊게 하기 위해 초콜릿, 사탕, 빼빼로 등을 주고받는다. 말과 마음으로 전하는 것도 관계를 발전시키지만 몸과 마음 모두에 영향을 주는 선물은 그 의미를 더욱더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늘 있다. 순수한 날을 마케팅으로 이용한다는 상술의 개입 때문이다. 그래도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 서로가 좋아서 만들어낸 특정 데이 문화는 늘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것 같다. 상점 앞 가득 놓인 선물 꾸러미를 보고 있으면 연령대를 떠나 은근슬쩍 해보고 싶을 정도로 달달한 날이기에.

감사하고 사과하는 날

지난 2020년 울산광역시 소재 성광여고에서는 10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감사데이를 진행하였다. 성광여고에서 설정한 감사데이란, ‘감사하고 사과하는 날’이다. 즉 친구에게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선생님께는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는 날로, 그동안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엽서에 적어 맛있는 사과와 함께 전달하는 날이다. 이때 약 550장의 감사 엽서가 접수되었으며, 350명을 뽑아 사과 혹은 감과 함께 마음을 받을 사람에게 전달하였다고 한다.

성광여고의 감사데이 행사는 놀랍고도 깜찍하다. 빼빼로데이 시작도 1994년 영남 지역 여고생들이었다고 한다. 이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날씬해지길 바라며 서로 빼빼로를 교환한 것이 빼빼로데이 기원설로 가장 유력한데, 성광여고는 감사데이 의미부여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과수원 농가에 도움이 되는 선물을 선택했다. 빼빼로데이 때문에 농업인의 날이 파묻혀 원성을 사기도 했는데, 5일간의 감사데이 설정은 농가 소득도 올리는 길이라 대환영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년에 30일 정도의 데이(day)가 있다고 한다. 이 데이의 특징은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형태를 갖춘 선물이 우리의 감각을 더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즉 말로만 마음을 전하는 것보다 마음을 담은 선물을 건네는 것, 그 순수함이 많은 데이 문화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그 선물이 더욱더 마음을 순수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한해가 저무는 12월, 미안해 할 사안도 있고 감사해야 할 사안도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12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열심히 해서 미안한 사람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담은 글을, 감사한 사람에게는 감사한 마음을 담은 글을 전하는데, 거기에 성광여고처럼 사과든 감이든 마음을 담은 선물을 함께 전하면 어떨까? 그러면 한해가 감사하게 마무리될 것 같고, 이듬해 달력에도 감사를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언젠가 데이 문화에 감사데이 주간이 정착되면 우리 사회는 더욱더 행복하지 않을까? 이에 미리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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