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시민교육'리포트

◇ 불신천국 = 특정 종교를 믿지 않으면 정말 지옥에 갈까? 명동 한복판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부르짖는 노상전도단에 대한 상식적 의문에서 활동이 시작됐다. 화두는 ‘과연 우리 사회에 관용과 소통은 존재하는가’였다. 전도단과 시민의 반응을 인터뷰한 것은 물론이고 전도단에 배포할 포스터(제목은 ‘믿음을 마음으로만 전도해 주세요’)도 제작했다. 특이한 것은 모든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는 점인데, 마이클 무어의 1인 다큐를 연상케 할 정도로 편집 수준이 높았다고 한다.

길을 떠나는 사람은 모든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만난다. 그 길 위에 서면 내밀한 나를 만나고, 때론 함께 하는 이들과 삶을 도모하기도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순례자들의 길로 유명한 먼 나라 스페인의 ‘산티아고의 길’은 그렇듯 모든 걸 이해하려 감싸 안아 준다. 원래 가톨릭 성지순례 코스였으나 현재는 전 세계에서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곳이 된 ‘산티아고의 길’.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시민교육을 수강한 학생들도 사회봉사의 길을 떠났다. 노숙자 자활잡지 ‘빅이슈’ 판매를 도운 ‘핫이슈팀’(김빛나, 정다운, 허한욱)의 노정을 그들의 육성을 통해 들어봤다.

허한욱(법학부 3학년) : 내가 처음 빅이슈를 접한 것은 지난해였다.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한 나는 의욕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다양한 세미나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런 나를 보고 한 선배가 “빅이슈라는 사회적 기업이 한국에도 생길 것이니 주목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냥 흘려듣고 말았다. 그런데 올해 학기 초에 경희대 정문에 빅이슈 판매원이 등장했다. 곧바로 인터넷에서 빅이슈를 검색해 보았고,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사회활동을 실천하는 시민교육을 수강하게 되었다. 유일한 복학생이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사회활동 주제를 빅이슈 돕기(이하 ‘빅돔’)로 하자고 제안했다. 다행히도 한 팀이 된 학생들이 적극적인데다 성악 전공자라 특기를 살려서 거리공연을 겸한 빅돔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사회 경험과 후배들의 재능이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김빛나(성악과 1학년) : ‘빅돔’을 하려면 빅이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카페 'I love big issue'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빅이슈 수다회에 참석해 오프라인 사전교육도 받아야 했다. 그런 다음 다시 빅돔 신청서도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빅돔은 홈리스를 돕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것’이라는 강사의 말을 들었는데 오랫동안 귓전을 맴돌았다. 사실 빅돔은 우리가 처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식상한 봉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차별성 살리기를 고민하다 우리의 전공과 특기를 살려서 거리공연을 겸한 빅돔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과욕을 부려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를 곁들인 멋들어진 합창을 구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고, 현장에서 최종적으로 공연한 것은 나와 정다운을 비롯해 성악과 친구 등 5명이 참여한 아카펠라였다.

정다운(성악과 1학년) : 우리의 첫 번째 빅돔은 5월 20일 광화문역 6번 출구에서 시작됐다. 거리공연을 앞두고 일반적인 빅돔을 먼저 경험해 보자는 차원에서 진행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지하도 안으로 들어와서 해야 했다. 두 번째 빅돔은 마침내 6월 10일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아카펠라 거리공연으로 진행됐다. 이색적인 빅돔이라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빅이슈의 사진기자가 직접 와서 사진 촬영을 했다. 규칙상 음향 시설을 사용할 수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혼성 5인조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공연에 임했다. 흔히 봉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시혜적 활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빅돔을 하면서 그런 고정관념을 확실히 깰 수 있었다. 그렇다. 진정한 봉사는 시혜가 아니라 상호 발전이다. 이번에 우리는 그것을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허한욱 : 이색적인 거리공연 덕분인지 성악과 후배들은 한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청운관의 한 강의실에서 시작된 세 명의 토론이라는 작은 물방울이 이렇게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이러한 성과와 전통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매년 시민교육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만들어낼 사회적 파급효과는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이것이 바로 사회활동을 강조하는 시민교육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 경험을 토대로 올해 여름으로 예정된 ‘윤리적 소비’ 공모전에 빅돔 활동을 UCC로 만들어 출품하려고 한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필리핀 일로일로주로 생애 첫 해외 봉사를 떠나게 된 것도 감회가 새롭다. 동시대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

김빛나 : 5인조 아카펠라 거리공연팀이 KBS 생방송 ‘시청자와 함께-생명을 나눕시다’에 출연했다. 나는 여러 차례의 헌혈 경험 때문에 인터뷰 요청까지 받았다. 이번 빅돔은 입시 경쟁의 구덩이에 빠진 채 소통과 관계의 결핍에 시달리던 나에게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회복과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위로와 격려의 선물이 되어 주었다. 과거 서울역 주변에서 노숙인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가졌는데, 이번 빅돔 활동을 계기로 노숙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회 구조적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정다운 : 기회만 된다면 주말에 이뤄지는 빅판들의 활동인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 선발전과 발레단 공연 준비에도 참여하고 싶었다. 하지만 팀원의 소속도 다르고 일정이 달라 함께 하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적으로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에 모든 활동을 소화하기에도 한계가 많았다. 앞으로 방학 기간 등을 활용해 빅이슈 코리아의 다른 활동에도 참여하자고 약속한 것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빅이슈(big issue)란?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대중문화 잡지이다. 홈리스에게만 잡지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명인과 일반인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2010년 7월에 창간호가 발행되었다. 노숙을 경험한 사람 중에서 자립 의지가 분명하고 빅이슈 판매 활동에 관한 10가지 수칙을 준수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판매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판매원이 되어 빅이슈 한 권을 팔면 권당 대금 3000원 중에서 1600원을 수입으로 챙길 수 있다. 나아가 빅이슈 판매원이라는 엄연한 직업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 행동수칙은 다음과 같다. (1)배정받은 장소에서만 판매한다. (2)빅이슈 ID카드와 복장을 착용하고 판매한다. (3)빅판으로 일하는 동안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고개를 든다. (4)술을 마시고 빅이슈를 판매하지 않는다. (5)흡연을 하며 빅이슈를 판매하지 않는다. (6)시민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다. (7)이웃인 노점상 등과 다투지 않고 협조한다. (8)빅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빅이슈만 판매한다. (9)긴급 상황 시 반드시 빅이슈 본부로 연락한다. (10)하루 수익의 50%를 저축한다.


일회용 안 쓰고 두 달간 살아봤다

사례보고 / 후마니타스 칼리지 ‘시민교육’ 사회활동

시민교육 사회활동은 약 60명의 교수와 1700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다음은 하승우 객원교수(한살림 서울생협 자문위원)의 지도로 진행된 사회활동 중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해 본 것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2학기 초에 ‘시민교육 사회활동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 각 대학 학생식당 비교조사와 대안제시 = 경희대와 고려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세종대 등 인접한 타 학교의 학생식당 실태를 비교 조사했다. 학생식당을 일일이 방문해 직접 시식하며 이용자 인터뷰를 한 것은 물론이고 스티커 붙이기를 통한 만족도 조사도 실시했다. 특히 세종대를 방문했다가 ‘대학생협’에 관해 알게 됐다. 조사한 내용을 경희대생협과 총학생회에 전달했다.

◇ 8주간 ‘노 임팩트 맨’으로 살아보기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를 실천한 콜린 베번의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과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자동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았고, 일회용품 사용과 외식도 스스로 금지했다. 물과 화장품 사용을 줄이고, 공정무역제품을 이용하려고 노력했다. 남과 다르게 살다 보니 가족, 친구들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변화라면 체중이 3kg이나 빠졌다는 점인데, 신체가 건강해진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베란다에 텃밭 만들기, 전기 사용량 줄이기에 도전할 생각이다. 한편 8주 실천이 끝나고 곧바로 피자를 먹으러 갔다고 한다.

◇ 공공기관 지역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 원래 계획은 대학생 놀이문화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 지역축제를 탐방하고 홍보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수원시가 후원하는 유채꽃 축제를 탐방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막상 가보니 ‘유채꽃 없는 유채꽃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활동 방향이 예정에 없던 ‘소비자 고발’과 ‘카메라 출동’ 모드로 전환됐는데, 조사결과를 가지고 수원시청을 방문해 개선하도록 유도했다. 실제로 수원시로 하여금 홈페이지에서 유채꽃 축제 홍보물을 삭제하게 만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 교내 흡연구역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건의 = 교내의 흡연구역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직접 촬영하고 조사했다. 34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흡연구역 설치를 위한 사례조사도 진행했다. 자연스럽게 국민건강증진법도 검토했다. 학교에 건의하려면 30여 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를 전달해야 했는데, 서로 담당 부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총무과, 관리과, 학생지원처, 후마니타스칼리지, 총학생회를 전전했다는 후문이다.

◇ 불신천국 = 특정 종교를 믿지 않으면 정말 지옥에 갈까? 명동 한복판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부르짖는 노상전도단에 대한 상식적 의문에서 활동이 시작됐다. 화두는 ‘과연 우리 사회에 관용과 소통은 존재하는가’였다. 전도단과 시민의 반응을 인터뷰한 것은 물론이고 전도단에 배포할 포스터(제목은 ‘믿음을 마음으로만 전도해 주세요’)도 제작했다. 특이한 것은 모든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는 점인데, 마이클 무어의 1인 다큐를 연상케 할 정도로 편집 수준이 높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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