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구치소가 자체 감사쓰기를 계속하는 이유

밀양구치소 최재우 소장 집무실
밀양구치소 최재우 소장 집무실
2023년 제1회 밀양구치소 수용자 감사쓰기 공모전 시상식
2023년 제1회 밀양구치소 수용자 감사쓰기 공모전 시상식
밀양구치소 전경
밀양구치소 전경

감사는 씌어져야만 한다

지난 7월 1일 밀양구치소 제15대 소장으로 취임한 최재우 소장은 여러 중요 업무에도 불구하고 수용자 감사쓰기를 자체적으로 2회 이상 실시하였다. 이에 대해 최 소장에게 질문을 했다.

“올해 수용자 감사쓰기 자체 공모전을 2회 이상 실시하여 우수기관으로 알려졌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최재우 소장의 답변이다.

“부임 직후 부서별 업무현황을 파악할 당시 사회복귀과에서 진행했던 상반기 자체 감사쓰기를 가장 먼저 확인하였습니다. 제 기대대로 5월 1일부터 5월 14일까지 공모하여 시상식까지 마쳤더군요.

우리 밀양구치소는 중간처우시설인 밀양희망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 희망센터 입소 수형자들 중 감사쓰기에 응모한 이가 없다고 전해 듣고는 희망센터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감사쓰기 공모전 개최를 지시하였습니다. 감사 문화가 우리 기관 외부 정문 밖으로 퍼지기를 기대하였기 때문입니다. 공모전 개최 결과 7명 전원이 응모하였습니다.”

최재우 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감사쓰기를 확대해 나갔다.

“작년 11월부터 우리 기관에서 여성 수용자들을 수용하여 오고 있습니다. 집중인성교육 과정에 감사쓰기 과정이 개설되어 있는데 여성 수용동에는 감사쓰기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9월 4일부터 9월 21일까지 여성 수용자 10명을 대상으로 집중인성교육 기본교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연말 개최 예정인 우리 기관 자체 3차 감사쓰기 공모전에 더욱 많은 여성 수용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재우 소장은 기관 내의 감사 문화 사각지대를 찾아내어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과 열정이 뜨거웠다. 그래서 물었다.

“수용자 감사쓰기는 어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밀양구치소 최재우 소장
밀양구치소 최재우 소장

최재우 소장의 답변이다.

“먼저 ‘감사’와 ‘쓰기’의 효능을 분리시켜 말씀드려 볼까요? 먼저 감사는 ‘현재’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감사는 무엇을 고마워할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입니다. 나의 모든 의식과 감각, 느낌이 지금 여기에 고정됩니다. 과거의 아픈 상처는 우리에게 분노를, 미래의 불안함은 두려움을 안겨주기 마련입니다. 감사의 관찰자로서의 나는 현재에 머무르고, 지금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감사는 씌어져야만 하는 것입니다.”

감사쓰기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최 소장의 바람은 무엇일까?

“올해 연말 퇴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에 감사쓰기라는 귀한 원석을 만나게 되어 무척 흥미롭습니다. 여전히 우리 기관의 감사 토양은 척박합니다. 저는 이곳에 감사의 씨앗을 부지런히 심고 있습니다. 저는 감사의 열매를 결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뿌리는 자일 뿐 결실은 저의 몫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 후임자들이 정성들여 그 널려 있는 씨앗들을 가꾸다 보면 밀양구치소에서 언젠가는 감사가 만개한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랑으로 풍요로울 것입니다. 감사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요.”

감사 불씨를 지피는 최재우 소장의 행보를 응원한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감사를 쓰다

감사쓰기 실무를 맡은 이경창 사회복귀과장과 전진석 교위에게 물었다.

“수용자 감사쓰기에 참여한 수용자들은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그들의 답변을 하나로 모아 정리했다.

“사실 10명에게 100가지 감사와 매일 5가지 감사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감사쓰기가 무엇이고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여 어려워하나 포기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감사쓰기를 시작하여 매일매일 적어 완성하고 나면 그렇게 성취감이 클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또한 가족이나 지인, 주위 동료들의 고마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차분히 생각에 잠기다 보니 심리적으로 안정된 느낌이 든다며 무척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반응들이 고스란히 수용 생활에 녹아 전반적으로 수용 분위기가 안정화된 느낌이 적지 않게 들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불안한 밀양구치소가 아니라 수용 분위기가 정화되고 있다는 느낌, 감사쓰기가 가져다준 획기적인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감사쓰기 공모전에 응모했던 수용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래서 제1회 밀양구치소 자체 감사쓰기 공모전에 응모한 배00님에게 물었다.

“감사쓰기 이전과 이후에 어떻게 달라졌나요?”

배00님의 답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저도 ‘이런 감사쓰기가 효과가 있을까’, ‘아주 일부 사람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닐까’ 하며 반신반의했었고, 막상 100개나 되는 감사를 쓰려니 막막함과 귀찮음에 꺾여 포기할까도 싶었으며 마음을 다잡고 시작해도 고마움을 하나하나 적는다는 게 멋쩍고 쑥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감사인들의 조언처럼 원대한 일에 대한 감사만이 아닌 소소하고 작은 일상 속에서 감사한 일들을 찾아보았더니 정말로 감사한 일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고 기억 속에서 떠오르면서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감사글이 써졌습니다.

그렇게 많은 감사글들을 적고 보니 100감사들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고 새삼스럽게 감사 대상들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운 마음이 더욱 크게 들었습니다. 또한 지금 내 일상 속에서 함께 지내는 수용자들에 대해 그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던 배려가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정 시설 직원 분들의 노력과 수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교정기관에서 저에게 제공해주는 양질의 의식주와 근로를 통한 수당과 교육이 기회와 마음 정화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느껴지며 이곳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참으로 감사한 것들의 연속임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소장과 직원과 수용자들의 감사쓰기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 수용시설 현재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커다란 계기라는 걸 모두가 알기에 멈추지 않고 직진할 것에 미리 감사한다. 감사합니다.

(밀양구치소 최재우 소장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7급(교정간부 41기)으로 임용, 2012년 7월 교정관(5급) 승진 후 부산구치소 출정과장, 밀양구치소 보안과장 등을 거쳐, 2019년 7월 서기관(4급) 승진 후 경북북부제1교도소 보안과장, 울산구치소장, 경주교도소장 등을 역임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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