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사랑이다

늦은 밤 반기는 가족

양쪽 자녀를 데리고 재혼 가정을 꾸린 김모 씨는 새 가족들끼리 잘 화합해서 살아가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려견 들이는 걸 반대했다. 하지만 자녀가 강력히 원해 반려견이 들어왔고, 이후 반려견이 가족 대화의 중심이 되는 걸 보았다. 그것 또한 마뜩찮았는데, 자녀와 부인이 바빠 혼자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반려견을 돌봐야했다. 변을 치우고 밥을 주고. 일상에 없던 반려견 돌봐주기가 생기자 귀찮았다. 그래도 가족들의 의견을 외면할 수 없어 혼자 있을 때마다 반려견을 돌봐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왔다. 적막 속에 가족들은 잠들어 있었다. 순간 외로움이 불쑥 일었다. 그때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는 반려견을 보았다. 외로움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반려견이 또 하나의 가족으로 보였다. 그 가족이 이토록 늦게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울컥했다. 반려견이 그토록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이후 반려견 돌보기는 김모 씨가 주로 했다. 감사한 존재에 대한 보답이었다.

김모 씨와 같은 사례는 많았다.

뇌졸중과 치매 전문의 정모 의사는 늘 퇴근이 늦었다. 돌봐야 할 환자도 많았지만,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았다. 정모 의사 또한 반려견 들이는 걸 처음엔 반대했다. 편하게 쉬어야 할 집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반려견은 귀찮은 존재 같았다. 반려견 변이라도 치우라고 하면 난감했다.

역시 그러던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는 현관에서 파고들듯이 덤비는 반려견을 보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단다. 밤늦게 가족이 반겨주는 느낌이었단다. 그 뒤 정모 의사는 반려견을 적극 돌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무한한 감사를 전했다.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자신을 기다려주는 또 하나의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충성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개들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들을 왜 그리 열심히 따를까? 그 사례를 하나 보자.

지난 10월 30일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등산 중 실종됐던 70대 남성이 10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놀라운 건 등산길에 올랐던 반려견 ‘피니’가 홀쭉해진 모습으로 시신이 된 주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주인이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어떻게 피니는 주인 곁을 떠나지 않았을까? 개 행동학자 러셀 하트슈타인은 “개들은 죽는 순간까지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처럼 강한 충성심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사람과 함께 살면서 터득한 개들의 생존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충성, 이것만 봐도 우리는 반려견에 감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 출발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가족들이지만, 이제 엄연히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는 반려견에 대한 시각, 감사의 대상인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충성을 보여주는 반려견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항목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 ChatGPT에게 물었더니 ‘스트레스 해소’, ‘운동 동반자’, ‘감정 지지’. ‘책임감과 규칙’, ‘사회적 연결’, ‘낙천적인 영향’, ‘보호와 안심’ 이 있었다.

여기서 ‘감정 지지’만 보면, ‘감정 지지’는 “반려견은 주인이 감정적으로 힘들 때 위로를 주기도 합니다. 그들은 주인의 기분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함께 하려 노력합니다”이다. 이 말은 반려견과 함께 있기만 해도 긍정의 감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감사쓰기가 가져다주는 효과와 같다.

감사쓰기에서 반려견 감사쓰기를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가족이기에. 반려견의 모든 행동은 나눔이자 사랑이자 감사이기에.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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