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

“의사 친구한테 등 떠밀려서 왔어요."
J씨는 그 의사가 서울 모(某) 병원에 있는 자기 친구 인데, 신경과 최고 전문의라고 덧붙이며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글쎄요. 그 친구가 이것저것 검사를 다하고 나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겁니다.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나는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이상이 없다니 말이 됩니까? 
내가 항의를 하니까 그 친구 한참 동안 생각을 하더니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를 살짝 부르더군요. 그러면서 명성이 자자한 침술원이 있는데 그리 가보는 게 좋겠다지 뭡니까.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있는 병 모두 싹 고치고 오라고 내 등을 떠밀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나는 J씨에게 겉옷을 벗고 진료대에 눕게 했다. 그 순간 나는 정씨의 병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나는 곧바로 맥을 짚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왼쪽 귀 뒤가 아픈 적 없었어요? 틀림없이 있었을 텐데 잘 기억해보세요."
그가 기억을 더듬는 사이에 내가 다시 물었다.
“입에 경련이 일어나고 왼쪽으로 약간 돌아갔던 적이 있으시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번쩍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그걸 어떻게... 그걸 어떻게 아세요? 오래 전 일인데!"
그의 병은 중풍이었다. 한 차례 아주 가볍게 와서 본 인은 거의 느끼지 못했겠지만 틀림없는 중풍이었다.

내 눈에는 그의 몸은 왼쪽이 오른쪽에 비해 힘이 없었고 그래서 어딘가 균형이 깨진 것이 보였다. 사람들 눈에는 이상이 없어 보일 만큼 경미하고 환자 본인이 깨닫지 못할 만큼 미세한 차이였지만 정밀 검사를 한다면 오른쪽에 비해 왼쪽이 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날 터였다. 
J씨는 몸 왼쪽이 오른쪽보다 약해지고 있다는 내 설명을 듣고는, 자기도 몸 한쪽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었다고 답했다.

치료를 마치고 나자 그는 머리가 가벼워 날아갈 것 같다며 좋아하였다. 좋아하는 그에게 나는 당부했다. “앞으로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관리를 잘못하면 다시 중풍을 맞을 수 있는데 두 번째 찾아오는 중풍부터는 아주 위험합니다. 두 번째 중풍이 오면 그 때는 반신불수가 되고 세 번째 맞으면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지경이 됩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환자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병원에서도 못 찾아 낸 제 병을 찾아냈으니 이제부터 제 목숨은 선생님 손에 달렸습니다. 책임지고 저를 고쳐 주셔야 합니다."

구당 김남수 옹의 책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에서 발췌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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