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편지

미국에서 오랜 이민생활을 하다 귀국하신 분과 백반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뜨끈한 된장찌개에 숟가락을 담그며 그가 말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땐 말야, 끼니때가 되어도 그 시간이 전혀 기다려지질 않더라구. 맨날 비슷한 빵에 고기쪼가리, 샐러드나 먹다보니..."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여행을 다녀도 마찬가지였어. 차를 몰고 한참을 달리다 만나는 가게에서도 빵 사이에 소시지를 끼운 핫도그 정도밖에 없으니, 여행의 기대나 설레임조차 없어지더라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찌개 국물을 연신 입에 넣으며 "이런 게 너무 그리웠어" 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원하는 게 없는 삶은 참 삭막하고 쓸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림과 설렘은 바라는 걸 얻으리라는 기대가 있기에 빛이 납니다. 또한 그 과정이 순탄치 못할지라도 인내하며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되지요.
흔한 된장찌개 한 냄비에도 누군가에겐 간절한 행복이 담길 수 있음을 배웁니다.

김덕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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