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세상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단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을 값있게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의 삶에 대한 값 매김을 잘못하여 운명을 망가트린 사람들을 흔히 볼 수가 있다. 

바로 세상에 자신이 없다면 이 세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런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도 이 세상은 존재하였고, 자신이 떠난 후에도 이 세상은 존재할 것이라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삶을 어떻게 인식하고 규정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다.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소리치지 않아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 나름대로 삶을 규정하는 세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나는, 나는 태어나지 않은 셈 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만약 내 아버지가 갑순이에게 장가를 들었거나, 내 어머니가 갑돌이에게 시집을 갔다면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어찌 보면 내가 태어 난 것은 기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에게 찾아온 이 기적과 행운, 너무 감사하다. 나는 얼마든지 태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둘은, 나는 이미 죽은 셈치고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병이나 질병, 아니면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었을 기회가 많이도 있었지만 요행히 이를 잘 비껴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내 삶은 하나의 덤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은, 내 나이보다 오십 살은 더 먹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내 나이에 오십을 더한다면 나는 죽었을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도 잘 먹고, 잘 걸어 다니고 있으니, 이보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 더 있을까. 

세상에 제아무리 배배 꼬인 매듭 같은 일일지라도, 그 또한 덤이라 생각하고 바라보면 봄눈 녹듯 스르르 풀려나지 않을 까닭은 없을 것이다. 덤으로 사는 삶이 바로 감사의 시작이며, 행복의 지름길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노희석 (시인/서울남부구치소 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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