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건강

건강하려면 질병에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음식을 꼭 섭취해야 한다.

대한영양사협회가 말하는 “‘면역력이 힘’ 면역력 강화식품 10가지’를 보면, ‘현미, 마늘, 파프리카, 고구마, 고등어, 돼지고기, 홍삼(인삼 포함), 표고버섯, 호두와 아몬드 등 견과류, 요구르트’이다. 여기에 ‘플러스 원’이 있는데 바로 햇볕이다. 그 이유는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소로는 비타민 D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햇볕을 하루 20분가량만 쬐어도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 D가 충분히 생성됩니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건강하려면 잘 먹어야 하지만 잘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바깥공기 쐬고 싶지 않은 겨울 어떻게 햇볕을 쬐는가 하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과거 만 19세 이상 6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인체 내 유해화학물질 농도 조사 결과가 있다. 대상자 모두에게서 4종의 중금속과 3종의 유기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세계자연기금과 호주 뉴캐슬 대학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주 일인당 평균 2,000개에 달하는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 과음, 과로, 스트레스 등에 의해 생성되는 과도한 활성 산소도 우리 몸에 매일 쌓이고 있는 유해물질이라고 한다.

우리 몸속 유해물질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비워내야 할까?

풀무원로하스 매거진 <Let’s LOHAS>에 나온 내용을 보자.

“우리 몸속의 유해물질을 잘 비워내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이다. 충분한 양의 수분 섭취와 현미, 브로콜리, 마늘, 양파 등의 섭취가 중금속과 독소 등 체내 유해물질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반대로 햄 등의 가공식품류와 육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포장음식과 배달음식, 통조림과 캔 음료 등은 처리와 유통과정에서 비스페놀 등의 환경호르몬에 오염될 수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몸속 유해물질을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쌓여갈 수 있는 몸속 유해물질을 비우는 방법, 역시 면역력 높은 음식을 잘 먹어야 되는 것 같다.

그럼 겨울에 햇볕은 어떻게 쬐어야 할까? 가까운 공원도 좋고 숲도 좋다. 여기서 체력이 된다면 겨울 산에 올라보자. 거기서 채움과 비움의 현상을 마주할 수 있고, 거기서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비어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산에 자주 다니는 분들은 대번에 알지만, 능선에서 본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비어 있던 겨울 산에 힘차게 새잎과 꽃들이 피어나면서 숲이 초록으로 울창해지는 봄과 여름, 그리고 떨어질 잎들은 단풍으로 떨어지면서 꽉 찬 숲이 비어가며 여백미를 확장시켜 가는 가을, 마침내 나무 사이에 갇혔던 길과 묻혔던 땅들이 모습을 보이는 겨울, 이렇게 순환의 사계절 숲을 마주하면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비워야 다시 채워지니까.

사실 겨울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등산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다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까지 오면 아이젠을 준비해야 하는 등 여느 때의 산행과 확실히 다르기에 꺼려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땀이 그다지 많이 나지 않으니 운동을 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즉 겨울 산 풍경이 비움의 정신을 가져다준다고 하지만 그곳보다는 명상 등의 방법으로 비움을 행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숲 전문가들은 말한다. 치유를 위한 숲의 효과엔 계절이 없고, 겨울 숲은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여름 숲보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더 안정감을 준다고 말이다.

충북대 산림학과 신원섭 교수는 “숲은 사계절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정신·신체적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며 “특히 겨울 숲은 태초의 원시감과 도시와의 단절감, 적막감으로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겨울 산에 오르기가 부담이 된다면 겨울 산을 밑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비움의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 헐벗은 듯한 나무 사이사이 비어 있는 그곳에서 봄을 준비하는 채움의 기운이 밀물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이 말의 의미는 겨울 산을 열심히 보라는 것이다. 그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채워가려고 애쓰면서 비롯되는 스트레스가 잠시라도 비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플러스 원으로 면역력도 높아지지 않을까.

김서정 기자(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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