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수용자 김 ㅇㅇ씨가 전 처에게 쓴 100감사 

제3회 전국 교정시설 감사나눔 공모전 최우수작                      

     

1. 그 사람은 참 확실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직설적이기도 하고 숨김없이 얘기하며 기단 없이 말을 합니다. 그래서 끌렸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 보통 주위 사람들이 이 남매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꼭 싸우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렇지만 그건 큰 오해입니다. 이들 남매 지간의 우애가 돋보여서 감사합니다. 
3.  화끈하고 확실하지만 퉁명스러운 말투 때문에 나도 가끔 서운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걸 못 참아 가끔 싸움이 일어납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감사합니다.
4. 한 번 좋아하면 모든 걸 다 믿고 다 내어줍니다. 사랑도 그렇고 우정도 그렇고, 가족과도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남김없이 주는 그녀의 마음에 감사합니다.
5. 베트남에 간 이후에 풀리지 않는 삶에 힘이 들자 힘든 상황을 잊을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래서 찾은 게 청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중  략>
11. 나랑 결혼하고 잠시 몇 년 육아를 전담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일을 했는데 베트남 생활을 끝으로 다시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12. 사실 아직도 아주 잘 하진 못하지만 신혼 초 처럼 먹기 힘들 정도는 아닙니다. 나에게 음식을 해주고파 노력하는 당신 마음에 감사함을 보냅니다.
13. 그녀는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저를 사랑하고 저와 결혼하고 저와 그녀를 닮은 딸과 아들을 낳아주어 감사합니다. 
14. 장난으로 저에게 ‘당신 때문에 몸 다 망가졌어’라고 너스레를 떨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편해서인지 진짜 저 때문인지 몰라도 커져버린 몸도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합니다. 
15. 내가 고향 전주에 살아서 감사하게도 친구였던 그녀를 만날 수 있었고, 그녀가 전주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나를 만나주어 감사합니다. 

       <중  략>
21. 나와 살 때는 내가 그녀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쉬고 있었지만 재능 있는 친구입니다. 열심히 노력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22. 베트남에 있을 때도 변함없이 장모님, 장인어른과 소통하고 시어머니하고도 제가 못하는 연락도 드리면서 소통을 하는 효녀입니다. 어르신들과 소통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23. 그녀는 내가 똑똑한 것이 좋아서 호감이 생겼답니다. 장점도 아닌 걸 장점으로 보아주어서 감사합니다.
24. 사업이 어려워지자 더 이상 안 될 것 같다는 것을 그녀도 알았을 겁니다. 제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서 모른 척 하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5. 결혼하고 10년을 같이 살면서 두 아이를 낳고 지내다가 결국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다시 만났을 때 그 전 나의 실수를 덮고 만나줘서 감사합니다.

        <중  략>
31. 아내를 남부럽지 않게 해주겠다는 나의 마음이 능력보다 과해서 무리수를 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큰 욕심을 자제 할 수 있습니다. 이제나마 뉘우치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32. 아이들의 교육을 홀로 담당하고 있는 그녀에게  어려움을 홀로 맡겨놓아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33. 저희 가족은 항상 저녁 식사를 하며 뉴스를 같이 보곤 했습니다. 뉴스가 독서로 하지 못한 교육을 대처하는 효과가 있었으므로 좋아하지 않는 뉴스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뉴스를 보며 대화를 해 줘서 감사합니다.
34. 내가 실수 했을 때 내게 사사건건 토를 달고 따지고 드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을 몰라서 그랬습니다. 그 마음에 감사합니다.
35. 저희 부부도 애국자가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니 생기는 애국심이었습니다. 그녀도 애국자가 되었습니다. 애국자가 되어주어 감사합니다.

        <중  략>
41. 나는 외우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군 제대 할 때까지 복무신조를 외우지 못한 유일한 군인일 겁니다.
그런데 그녀는 기억력이 참 좋습니다. 그녀의 기억력을 칭찬해 주면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42. 나는 더위를 많이 탑니다. 그런데 그 더운 날씨에도 그녀는 선풍기 하나로 지내곤 합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더위를 참아주어서 감사합니다.
43. 노래를 참 좋아하던 그녀였습니다. 좋아하기만 한 게 아니고 잘하기까지 했던 그녀, 노래와 끼로 분위기를 좋게 해주는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44. 추운 겨울에도 좋은 패딩 하나 없어서 내가 억지로 끌고 가서 패딩 하나 사준 게 처음이자 마지막 옷입니다. 항상 아끼고 검소한 생활 습관을 가진 그녀에게 감사드립니다.
45. 그녀는 치아가 좋지 않아 치아 치료를 해야 하는데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참았습니다. 가정 형편을  위하여 큰 고통을 감내해준 그녀에게 미안하고 감사함을 표합니다.

        <중  략>
51. 아이들을 사랑은 했지만 버르장머리 없이 키우지 않겠다는 그녀입니다. 기본적인 배려와 예의에 대해선 단호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해주어 감사합니다.
52. 웃음이 많았던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나와 결혼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난 후엔 웃음보다 울음이 많아졌습니다. 그 웃음을 되돌려주고 싶었는데 결국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웃어주었던 그녀에게 감사드립니다. 
53. 아이들 옷과 제 옷은 초라해 보이면 안 된다면서 챙기던 그녀가 막상 자기 옷은 챙기지 않았습니다.
그걸 내가 했어야 했는데 미안합니다.  저와 아이들 옷을 챙겨주어서 감사합니다.
54. 그때 그녀의 말을 듣고 빨리 처리했으면 코로나 시기에 징역 살고 새로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나를 이해해 주어 감사합니다. 
55. 내 신변에 문제가 생기자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불편함을 견디면서
뭘 했는지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그때 불평 없이 나를 배려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중  략>
61. 그녀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사랑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알 수 있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암호해독을 이제서야 했습니다. 나를 사랑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62. 그녀는 내가 어깨 펴고 다니길 원했고, 그만큼 자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주위에 자랑함으로 표시했지만 그땐 몰랐었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칭찬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63. 내가 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나는 말투가 적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대화가 단절되고 그저 말없이 술과 식사만 했습니다. 잘못된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말없이 참아 주어서 감사합니다.
64. 나는 참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임신해서 혼자 있는 아내를 두고 일 핑계를 대고 술을 마시느라 늦게 간 적이 많았습니다. 알고도 모른척 해준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65. 꿈, 우리는 꿈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그 꿈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는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중  략>
71. 그녀는 사치라는 것을 할 줄 모릅니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은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무조건 싸서 옵니다. 항상 검소하고 아끼는 행동에 감사합니다.
72. 내가 언제부터인지 그녀와 속 깊은 얘기를 한지가 너무 오래되었지만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은 그녀의 선처를 바라거나 변명함이 아니라 미안했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73. 장모님은 장인어른에게서 눈도 못 떼시고 옆에만 붙어 계시더라고요. 너무 보기 좋은 원양 같은 사이였습니다. 그녀가 그런 애정 어린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감사드립니다.
74. 장모님은 권사님이시고, 그녀는 모태 신앙인으로 기독교 신자입니다. 아직 난 믿음은 없지만 그곳에서 만났던 고마운 분들과 그곳으로 안내한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75. 그녀와 같이 마셨던 모닝커피는 참 좋았습니다. 그녀가 타준 따뜻한 커피에서 나는 진한 커피 향과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커피는 너무 좋은 조합입니다. 그런 행복을 선사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중  략>
81. 가족들과 텐트를 빌려 1박 또는 글램핑, 겨울에는 가까운 온천에 방갈로 같은 곳에 가곤 했습니다. 스트레스 쌓일 때 가자 하면 말없이 따라와 준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82. 그녀는 회를 좋아합니다. 나는 생선 비린내 때문에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제 생각밖에 안하고 살았네요. 이런 남편 데리고 10년 넘게 살아준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83. 저는 디테일에 대해 좀 약합니다. 그녀는 항상 꼼꼼하게 그리고 이상한 부분은 경험자에게 두 번 세 번 확인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선택도 큰 문제없이 선택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84. 내가 그녀에게 한 행동이 있는데도 저를 위해 탄원서를 써주었습니다. 저랑 부부의 관계는 끝났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좋은 아빠로 남겨주기 위한 그녀의 노력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에 대해서 감사합니다.
85. 그녀는 오후 5시에 퇴근을 합니다. 그녀는 퇴근하고 나서 저희 가게로 와서 형수도 도와주고 영업 준비를 도와주곤 합니다. 힘든 직장생활 하면서도 도와주었던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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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그녀는 백화점에서 오래 일을 했지만 매우 검소했고 명품에 욕심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녀라고 싫어했겠습니까? 그냥 봐도 허접한 짝퉁시계였지만 좋아서 웃던 그녀의 모습에 감사합니다.
92. 안산에서 4층 빌라에서 살았는데 엘리베터가 없다 보니 아이들이 잠들면 모두를 안고 올라가야 하는데 약한 그녀가 그걸 해내곤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93. 아웃소싱 운영시 거래처들로 부터 그녀에 대한 칭송이 자자 했습니다. 거래처에서도 그녀와 같은 아내가 있어 좋겠다고 부러워 했습니다. 나의 어깨를 봉긋 올라가게 한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94. 가족들이 베트남을 떠나고나서 심한 자괴감과 우울증에 빠져 있던 나에게 호통과 달렘으로 위로해 주었던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95. 우리가 사는 것이 힘들다고 부모님에 대한 효를 미루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존경심과 감사함을 전합니다.

         <중  략>
98. 그녀는 손이 커서 조금 만드는 법을 모릅니다. 손이 큰 만큼 마음도 따뜻하고 큰 마음을 나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99. 그녀는 교회 봉사를 할 때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봉사를 했습니다. 그런 깊은 마음을 가진 그녀에게 감사합니다. 
100. 나는 바퀴벌레를 무서워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바퀴벌레를 무서워하지 않아 발견되면 본인이 직접 잡아주었습니다. 바퀴벌레를 잡아주어 감사합니다.

 

 

     소  감  문     

 <쓰다 보니 2873 Page에 달하는 감사를 썼습니다>   

나는 감사쓰기를 만나기전에는 내가 지은 죄를 생긱하기 보다는 억울한 점, 사회에 대한 불만, 법의 불공정, 불신만을 말하며 하루하루 희망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기록해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감사쓰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어떠한 사연이나 감사한 것들을 쓰면 되겠다고 시작한 글이 쓰다 보니 감사한 일들이 더욱 많아져 편지지에 2873 Page에 달하는 감사를 썼습니다. 
전에는 서운하고 미워하고 억울해 했던 제 관점에서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미안하기도 감사하기도 했던 일 투성 이었습니다.
감사 쓰기는 저에게 바라보는 관점에서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내가 참고 양보한다고 생각해서 서운했던 그 마음이 관점의 시각에 따라 감사함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 감사 쓰기 공모전에 감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구치소 수용자 김 ㅇㅇ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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