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병영

 

5감사가 가져다주는 선물들

- 감사함으로 하루를 돌아본다.

- 지나간 날들이 소중해진다.

- 상대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본다.

- 나는 생각보다 관심받는 존재다.

- 자연스레 관찰력이 늘어난다.

- 스스로 위로를 받는다.

- 더 나은 내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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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기쁨이다

나는 항상 뭔가 쓰고자 하는 갈망에 휩싸여왔다. 내 생각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단지 실천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마침 입대를 하게 되면서 쓸 만한 타이밍이 도래한 것이다.

훈련병 시절 과업에 5감사 발표가 일괄적으로 할당되어 모두가 돌아가며 겹치지 않게 얘기해야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하려던 것을 앞사람이 이미 해버린 곤란한 상황 속에서 20명 모두가 발표해도 결코 겹치지 않았다.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거나, 사소한 호의를 받았다거나, 심지어 날씨가 화창한 것조차도 고마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상이어도 개인의 감상은 다를 수 있다.

하루에 감사한 점을 적어보는 습관은 흘러갈 순간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마치 사진과도 같다. 몇 줄 안 되는 감사함 속에서 내 하루를 돌아보게 한다. 며칠 쌓인 5감사를 보면 같은 하루를 찾아보긴 힘들다. 동일한 일을 해도 날씨, 컨디션, 주변인에 따라 내 하루는 천차만별의 색채, 온도를 가지게 되어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지나간 날들이 더 소중해지게 되었던 것 같다. 시간이 더 흘러서는 추억이 되더라. 빛바랜 사진처럼. 그저 줄글로 되어 있지 않을 뿐 하나의 일기장이 되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고, 순간적으로 스치는 뇌리를 잡지 못했을 뿐, 끝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기쁨을 느끼지 못한 하루는 없었다.

5감사가 준 선물들

훈련병 시절부터 5감사를 써왔지만, 쓸수록 청산유수같이 써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가 벅차고 고단하여 한 글자 쓰기도 어려운 날이 있는가 하면, 의미 있는 것들로 가득 차 5개로도 부족한 날도 있었다. 기복이 없는 날이 더 적었다. 널뛰기하는 내 기분과 별개로 감사 작성은 예상치 못한 것들을 나에게 선사해줬다.

우선 타인의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보통 다른 사람에 대한 인상은 진하게 남아 있지 않고 물이 많이 섞인 수채화로만 옅게 깔려 있다.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꽃을 보이게 하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이 사람에게 이런 모습이?”, “원래도 세심했지만 생각보다 더 신경써주잖아?” 하며 내적 감탄을 하게 된다.

전입 후, 주특기와 소대가 바뀌게 되었다. 이전과 달리 선임이 3명밖에 없었고 최고 선임의 인상이 꽤나 무뚝뚝해 보였다. 말수가 적기도 했고, 그나마 하는 말들도 툭툭 내뱉는 느낌이라 의외로 다가가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러나 소속이 바뀌고 한창 적응이 되지 않아서 오고가는 말 한마디가 소중했다. 어쨌든 소속감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 소중함이 5감사 노트에 흔적으로 남겨질 때쯤, 무엇인가 깨달았다. ‘나를 생각보다 생각해서 말하고 있구나’,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나 보다’. 무심해 보이는 듯한 말투 속에서 생각지 못한 배려를 발견하고, 생각보다 난 관심받고 있는 사람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직접 종이에 써보는 습관은 저 뒤에 숨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눈앞으로 당겨서 시야 안에 들어오게 한다.

티끌 모아 태산

단발성으로 감사나눔을 실천한다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지는 않는다. 앞서 설명한 것들은 꾸준함이 기반이 되어야 시너지가 생긴다. 난 기본적으로 갖가지 생각이 많은 편이라 과거를 곱씹어보는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스스로 비판적인 성격임을 느끼고 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있었다.

종종 “오 이거 5감사에 적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쥐어짜내며 그날 있었던 일 중 감사한 것들을 걸러낸 과거라면, 이제는 일상 속에서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게 된다. 애시 당초 감사나눔을 할 태세인 것이다.

별 거 아닌 거 같아 보일 수 있다. 일상 속에서 그때 그때 감상을 느끼게 되다보니 나와 나를 둘러싼 것에 대한 관심이 증폭한다. 자연스럽게 관찰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때까지 설명한 것들이 자신에게 확 와닿기는 어려울 수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직접 체감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습관처럼 탑을 쌓듯 내면에 고착화되는 것으로 꾸준함이 중요하다. “N개를 쓰면 이렇게 됩니다!”처럼 칼처럼 딱 잘라 허풍을 떨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 나은 내일 만들기

나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움에 도취하는 경향이 있다. 나름 나를 치켜세우고자 하는 전략이다. 바꿔 말하면, 나만의 시선에서만 바라보며 살기에 약간의 불만족스러움을 달고 살아왔다.

‘생각보다 괜찮은 하루를 살았네’ 하는 위로의식은 꽤 큰 역할을 한다. 누군가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정지어야 납득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부족함이나 결핍, 부재를 기본 장착으로 살던 나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에 충분한 재료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의 몸은 몇 년간 쌓이고 쌓인 생활습관을 담고 있으며, 내뱉는 말들도 어릴 때부터 보고 들어온 것들이 함축된 산물이다. 몇 글자 끄적여 보는 것이 큰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익힌 지 몇 년이 지난 춤을 몸이 기억하듯, 걷는 법을 굳이 교육받지 않아도 몸이 자연스레 따라가듯이 그 작은 효용은 축적되어 주변을 대하는 태도와 내공을 저기 저 깊은 심연에서부터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눈에 띄지 않게 아주 조용히.

습관의 중요성은 어딜 가나 대두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버릇 혹은 습관이 단 하나의 치역으로 향하지는 않는다. 버릇하면 나쁜 쪽으로 생각되기 쉬운데, 좋은 습관 하나 가져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글=전일환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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