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지난 2023년 11월 16일 서울남부교도소를 비롯한 전국의 4개 교정기관에서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비록 사회에서처럼 선생님과 후배, 가족들의 응원은 없었지만 전국 10여 명의 수용자들은 교도관들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각자의 사연과 결심을 지닌 채 당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였다.

 특히 응시자 중에는 지난 2023년 3월부터 운영 중인 만델라소년학교와 김천소년교도소 소년수형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많은 언론보도와 함께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극렬히 나뉘었다. 비록 범죄행위로 수용 중이지만, 어린 나이인 만큼 이들의 학업에 대한 노력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따뜻한 시선’이 있는가 하면, 피해자는 지금도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데 가해자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수용생활 중에도 공부를 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응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냉소와 비난’의 폭격을 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는 나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교도관의 한 사람으로의 나는 수사와 재판, 그리고 형의 집행이라는 형사사법 체계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만델라 소년학교와 같은 교육교화 프로그램을 통해 소년수형자들의 고졸 학력 취득을 지원하고, 또 때로는 수학능력 시험 응시를 지원하기도 하는 한편, 규율위반 행위와 같은 잘못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하는 등 그 모든 교정 활동들의 목표는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체계적인 교육교화 프로그램 등의 노력으로 수형자들의 안정적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종국적으로는 재범을 막아, 국민이 또 다른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

 2024년, 나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우리 사회와 국민들께서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진실로 반성하고 뉘우치며, 두 번 다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행동하는 수용자’들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비난이 아니라, 한 번 쯤은 신뢰와 지지 그리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따뜻한 지지와 지금 이 순간에도 24시간 불철주야 수형자 교정교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국의 1만 7천여 명의 교도관들, 그리고 진실한 반성과 함께 긍정적 변화를 결심하고 행동하는 수용자들의 의지가 모아진다면 2024년은 우리 모두에게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한 빛나는 출발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꾸어 본다. 

남창욱 (법무부 교정본부 사회복귀과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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