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건강

도시에 살면 흙을 밟고 살 수가 없다. 공원 산책길도 포장이 되어 있다. 숲길이나 산길도 야자매트가 널리 퍼져 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계단이 상당수다. 흙을 밟으려면 농사를 짓거나 일부러 흙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즉 많은 사람들은 지구 생명체의 토대인 흙과 분리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삶이 건강한 걸까, 건강하지 않은 걸까? 온종일 흙길을 걷고 흙집에서 살던 그 시절 사람들은 건강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시절에도 의원은 존재했으니까.

건강한 삶은 어떤 삶일까? 오래 사는 걸까? 그렇다면 흙과 함께 살았던 그 시절은 건강한 삶이 아니었다. 지금보다 수명이 훨씬 짧았으니까. 그렇다고 크고 작은 병 없이 살다가 운명처럼 세상을 떠났을까? 역시 아니었다. 의약서는 오래전부터 있었으니까.

이럴 때 그나마 흙길을 밟을 수 있고, 흙으로 덮여 있는 숲에 가면 도시에만 머무는 것보다는 건강한 삶이 가능한 걸까? 그렇다고 본다. 흙냄새를 맡지 못하는 삶과 흙냄새를 맡는 삶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기사를 보자.

“‘흙냄새’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구수하고 싸한 흙 고유의 냄새도 있겠지만, 거기에는 소꿉친구와의 놀이, 어머니의 거친 손, 아이들과 함께한 주말 농장 체험 같은 기억이 포개질 것이다. 이런 기억은 우리를 포근하고 차분하게 만든다. 흙냄새가 주는 감성적인 효과지만, 실제로 흙냄새는 우리가 앓는 다양한 질병을 다스리는 치료제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우리가 ‘흙냄새’라고 표현하는 특유의 냄새는 흙 속 미생물인 ‘방선균’이 만들어 내는 ‘지오스민Geosmin’의 냄새다. 지오스민은 각종 염증을 억제하는 살균 효과와 심신 안정 효과가 있어 최근 새로운 불안 심리 치유제로 주목받는 성분이다.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지오스민을 흡입하기 전과 후의 뇌파를 분석한 결과, 지오스민 흡입 후에 델타파와 알파파가 증가해 심신이 안정되고 집중도가 높아졌으며 스트레스는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온종일 흙냄새를 맡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는 말인가. 오래 전 불안 요소는 일어나도 먹을 게 없어 주위를 둘러봐도 먹을 게 없어 그래서 어디서 무얼 어떻게 조달해서 먹느냐 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거 빼앗기도 하고 단체로 움직여 멀리 원정을 나가 빼앗기도 하는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걱정은 없지 않은가? 물론 지구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생존 조건이 미약해 심신이 안정되지 못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괜찮지 않은가?

오래 전 흙은 건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흙은 예전과 다르다.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좋은 흙이란 무엇일까?

한국농어민신문 기사를 보자.

“건강한(비옥한) 흙이란 유기물 함량이 충분해 유익한 미생물이 많은 상태로, 질소, 인, 미네랄 등 영양분에 과부족이 없고 산성도 알칼리성도 아니며(중성), 배수성과 통기성이 좋은 것이다. 흙은 흙알갱이와 공간(물, 공기)으로 구성된다. 흙알갱이가 흙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물과 공기가 나머지 50% 정도를 차지한다. 이러한 공간이 있어야 식물의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다. 이는 우리 삶에도 공간이 있어야 하고 쉬어가는 틈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건강한 흙은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 삶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의미하는 것일지 모른다.”

공간과 틈이 있는 건강한 흙, 아무래도 도시와 그 인근에는 없을 듯하다. 자꾸 밟고 다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숲으로 가야 한다. 밟지 않은 길이 더 많은 그곳의 흙들이 내뿜는 냄새를 맡으려면 말이다. 역시 답은 숲으로 가는 것뿐이다. 숲으로.

김서정 기자(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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