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시선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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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강도가 들었다. 강도들은 총을 쏘며 내장 고객들을 위협해서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고개를 들거나 수상한 행동을 하면 죽인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은행원에게 돈을 모두 모아, 가지고 온 백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은행원은 벌벌 떨면서도 비밀 버튼을 눌러 경찰을 불렀다. 이 때까지는 내점 고객과 은행원이 한편이고 강도는 적이다. 
경찰이 도착하고 대치가 시작되었다. 은행 밖 경찰과 은행 안 강도가 협상을 시작한다. 고객을 풀어주고 자수하면 정상을 참작해 주겠다는 경찰과, 퇴로를 보장해야 인질을 놔준다는 강도의 살벌한 설득전이 전개된다. 

자, 이제 고객의 적은 누구일까? 강도일까? 
아니다. 상황이 바뀌었다. 경찰일 수도 있다. 협상이 결렬되어 경찰이 은행 안으로 들이닥치면 자신들의 목숨도 위험하다. 자신들의 목숨을 구하러 온 경찰이 적이 되고 위협을 가한 강도와 같은 운명에 놓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1973년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벌어진 이야기다. 강도에게 물잔을 건네며 동정의 눈물을 짓는 영화의 장면도 그런 이유다. 

(동질감을 얻는 비결은 뭘까? 한 후배 형사가 가족 돌볼 틈 없는 생활의 고달픔을 토로하며 안주머니에서 사직서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선배 형사는 뭐라고 위로했을까? 그는 힘내라고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았다. 서랍 속에 간직했던 자신의 사직서를 꺼내 후배에게 내밀었다. 후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흔히 타인을 위로하는 방법으로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자세를 말한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서 타인의 상처를  치료하는 공동 운명체의 치료법이다.)

김시래 대표

 

감사나눔신문 김시래 대표
감사나눔신문 김시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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