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어른의 말

독서모임 회원들과 ‘어른을 위한 동화’ <긴긴밤>을 읽었습니다. 이 세상 마지막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이름 없는 펭귄이 바다를 찾아 함께 여행하며 수많은 긴긴밤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지내던 어린 노든은 그곳에 남길 원했지만 할머니 코끼리가 말했습니다.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다른 코끼리들도 거들었습니다.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나중에 이름 없는 펭귄이 자신을 보호해준 노든을 떠나기 싫어하자 어른 노든이 말했습니다. “펭귄은 바다를 찾아가야 돼.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존재가 진짜 어른입니다.


이름 없는 펭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은 이름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그런데 독서모임 회원들과 함께 읽은 <긴긴밤>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펭귄’이었지요. 작가는 아예 주인공의 고백을 빌려 작품 맨 앞에 이런 문구를 배치했더군요.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름이 곧 나의 정체성은 아니라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 모든 이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자가 붙여준 것이었네요. 

작가는 이름(혹은 명예)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세상의 호명(呼名)에 답하되 먼저 나 자신의 본질 혹은 원형질이 무엇인지 찾아볼 일입니다.


30초의 힘

신문에서 <긴긴밤> 작가 루리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반려견 뭉크의 죽음, 아빠의 암 판정이 작품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합니다. 
뭉크가 죽고, 아빠가 아프고, 힘든 일은 한꺼번에 몰려왔는데, 그때 작가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네요. ‘일주일 중 30초 정도만 행복하면 살자!’ 

‘30초 감사’가 아들의 군 입대를 계기로 2015년 7월 1일부터 6년 동안 <국방일보>에 실렸습니다. 연재 첫날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에서 ‘매일 아침 이부자리를 정돈하면 다른 좋은 습관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했지요. 오늘부터 ‘30초 감사’ 읽는 시간을 성공과 행복을 부르는 작전타임으로 삼아보세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다시 일어서기 위하여 30초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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