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이 전하는 좋은 소식을 받으려면?

 

 

홍릉숲 복수초
홍릉숲 복수초

살아 있는 자체가 감사

감사를 습관화하기 위해 감사를 쓰다 보면 누구나 가장 먼저 놀라는 건 당연하게 여겨졌던 모든 것들이 감사로 다가온다는 기묘한 상황이다. 하나뿐인 내 몸이 살아있기 위해 앞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지 감사가 그 모습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그 어떤 통로로도 만날 수 없는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체험이다.

부모는 부모이고, 자식은 자식이라 당연히 받는 줄로만 알았던 밥상, 주거 공간, 용돈 등등이 얼마나 감사해야 될 일인지 감사로 알게 되는 순간 눈앞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운 사람들 있었다. 아침마다 나가기 싫어도 월급이라는 목적이 있어 나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직장이 얼마나 감사해야 될 대상인지 감사로 알게 되는 순간 긍정의 마음이 스며든 사람들 있었다. 범죄를 저질러 갇히고 난 뒤 바뀔 수 없는 환경에 울적해 하다가 감사를 만나 교도소가 수도원이 되었다는 사람들 있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내 몸이 살기 위해 공기가 있고 햇빛이 있고 바람이 있고 물이 있었다는 걸 감사로 알게 되는 순간 독립적인 존재는 세상 만물과 연결되며 살아 있는 자체가 진짜 감사라는 걸 알게 되는 사람들 있었다.

이 모든 걸 있게 하는 지구라는 자연이 우리 사는 땅에 봄소식을 알리고 있다. 봄은 당연히 오는 것일까?

음기 속에 피어나는 매화

우리나라에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제주도에 지난 1월 15일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온실이 아니라 겨울 풍경이 있는 들에서 꽃향기를 맡게 해주는 매화는 봄의 전령사라고 불린다.

조선 중기의 문신 장현광의 ‘매화(梅花)’ 시 일부를 보자.

“섣달의 눈 속에 피어 있으니 / 가득 찬 음기 속에 봄소식이 도달하였네. // 해마다 시기를 놓치지 않은 데서 /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네.”

이 시에 대해 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는 “눈 쌓인 섣달의 천지를 꽉 채운 음기 속에 매화가 피어 있는 것은 꽉 막힌 겨울의 엄혹한 기운 속에 봄소식이 도달한 것인 만큼 그 현상에서 천지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 해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피는 매화의 규칙성과 반복성에서 시인은 천지의 마음, 곧 자연의 규범성을 발견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개화라는 자연의 규범성에 따라 매화가 피기는 피었지만,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개화는 평년(2월 16일)보다 32일 이른 것이라고 한다. 일찍 봄이 온 걸 환대해야 할까 고민해 봐야 할까? 이른 봄소식은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펴기에 금상첨화인데, 지구온난화로 자연의 규범성이 깨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울해진다. 그래도 바뀌는 자연에 서서히 진화해가는 매화가 꽃을 피워준 것에 감사하며 봄소식을 즐겨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매화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봄이 오는 절기에 맞춰 당연하게 꽃을 피워낸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매화는 지난해 늦봄부터 올해 꽃을 피울 꽃눈을 만들어 놓는다. 이 꽃눈이 다치지 않도록 겨울을 잘 나야 하고 그러다 개화를 할 수 있는 햇빛과 온도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재빠르게 꽃을 피운다. 그래야 앞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보다 앞서 꽃가루받이에 성공할 수 있다. 즉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매화는 봄이라는 계절 단어를 모른 채 햇빛과 온도에 반응하며 꽃을 피우는 것이다.

눈앞에 불쑥 나타난 매화가 이처럼 각고의 노력으로 꽃을 피운다는 걸 알면 그 감동이 더 깊어지는데, 지구온난화를 발생시키는 우리의 잘못으로 매화가 또다시 새롭게 자연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자연을 보는 게 2024년 봄을 맞이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복수초

육지에서 가장 먼저 봄꽃 소식을 알리는 곳은 동대문구에 위치한 홍릉숲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배재수)이 있는 이곳은 입춘(立春)을 사흘 앞둔 지난 1월 31일 복수초가 처음으로 노란 꽃잎을 피우며 한발 앞서 봄소식을 전했다고 밝혔다.

홍릉숲의 복수초는 198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1월에 개화가 관측된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생물계절조사팀이 홍릉숲 복수초의 개화 특성을 분석한 결과, 평균 개화 시기가 예전에 비해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이전('85∼'99) 홍릉숲 복수초의 평균 개화 일자는 2월 28일±9일이었지만 2000년 이후('00∼'14)에는 2월 22일±11일로 약 6일 정도 앞당겨졌다. 또 첫 1월 개화가 나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평균 개화일은 1월 22일±12일로 과거보다 한 달 이상 빨라졌다.

복수초는 개화 직전 20일간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1월 평균기온은 평년('91∼'20) 평균기온보다 1.2℃ 높아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0년간 복수초는 0℃ 이상의 일평균 누적기온이 22.3±10.2℃ 이상 되면 개화함.)

한편, 복수초는 이른 아침에는 꽃잎을 닫고 있다가 해가 뜨면 꽃잎을 펼치기 때문에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산림생태연구과 양희문 과장은 “주말에 기온이 상승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복수초가 피었다”라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핀 황금빛 복수초가 설 명절을 앞두고 새해 복을 가득 담은 뜻깊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복(福)과 행복,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복수초(福壽草)를 직접 보았다면 설 명절에 복이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설도 지났고, 매화처럼 여느 때보다 일찍 개화한 복수초는 다른 봄꽃에 잊혀질 것이다. 더 빨리 피었으니 더 빨리 질 것이기에.

당연하게 오는 봄소식이란

기후 이상 현상으로 이제 봄소식은 이전과 다른 봄소식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일찍 개화를 했는데, 꽃가루받이를 해줄 곤충들이 미처 깨어나지 못해 수정도 못한 채 꽃이 지는 일이 발생하는 봄, 열매를 맺지 못하면 그 피해는 우리들에게 곧바로 다가온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자연의 규범과 질서가 균열을 일으키며 어두운 미래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우리도 우리이지만 탄소를 가장 많이 내보내는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ESG경영이 당연했던 것들을 지속성을 가진 당연한 것들로 만들 수 있는 대안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지구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야 우리는 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하게 오던 봄이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봄은 어떻게 해서 오는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만약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지 않거나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 자전만 한다면 계절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당연히 오는 봄이 우리 삶의 터전 지구가 이전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가 더워지면 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당연하게 여기는 지구와 봄에 감사를 써보면 지구와 봄이 감사의 대상인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지구와 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다. 즉 당연한 것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마음, 감사를 써보면 가장 빠르게 얻을 수 있다.

“당연한 것들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내가 산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모든 걸 있게 한 지구에 감사합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연한 봄이 또 당연하게 온다는 봄소식, 우리의 노력이 그 소식을 더 뜻깊게 할 것에 감사드린다.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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