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사랑입니다

아이들의 최애 메뉴이자 500원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함박스테이크
아이들의 최애 메뉴이자 500원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함박스테이크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은 해마다 봄이면 벚꽃 보러 온 상춘객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제 그곳에 가면 몸과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벚꽃도 있지만, 나눔의 정신을 알려주는 500원 식당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 그렇다고 이 식당을 찾아 밥을 먹으러 가라는 것이 아니다. 이 식당은 이 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이 방학에만 이용할 수 있는 나눔의 장소이다.

1천원도 아니고 500원만 내면 점심을 제공하는 식당 주인은 일반인이 아닌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이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겨울방학에 ‘500원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아동과 청소년은 약 1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방학 때 보니까 우리 청소년들이 간단하게 먹거나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거를 보니까 조금 마음도 아프고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따뜻한 점심 한 끼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 이영순 이사장의 말이다. 그러니까 500원 식당의 시작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아파한 엄마의 마음이었다. 내 자식 챙겨주듯이 정성을 다해 차린 밥상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이들이 즐겁게 찾아오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500원도 아니었다고 한다.

2022년 여름방학 때 식당 문을 열 당시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자존심 문제가 있어서 잘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식당인데 왜 돈을 받지 않느냐는 말도 듣고 나니 500원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소득층뿐만이 아니라 모든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개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그 뒤 방학만 되면 500원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값이 싸고 맛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2년 겨울방학엔 문을 닫았다. 경남도와 창원시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안 기업이 후원을 했고, 이후 500원 식당 사연이 지역 언론에 보도되면서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 52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고 하는데, 이는 방학 때마다 2년 6개월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금액이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의 후원이 없다면 2년 6개월 뒤 500원 식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는 방학만 되면 급식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동들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동급식 카드를 이용한 인근 음식점 이용, 도시락 배달 등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다고 여기면 마음이 아파온다.

맛있고 편안하게 엄마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집밥 같은 밥을 먹을 수 있는 500원 식당, 이 500원도 다른 곳에 나눔으로 간다고 한다. 나눔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500원 식당이 전국 곳곳에 번지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은데, 이는 전적으로 나눔의 정신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만개한 벚꽃이 나누어주는 밝고도 화사한 마음, 여좌동에 가면 그 마음을 이웃에게 나눌 500원 식당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 그러면 돌아오는 길도 화사할 것 같다. 이에 미리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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