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건강

봄이 오면 숲에 가지 않아도 도심 여기저기서 꽃향기가 코끝으로 스민다. 더 짙게 맡고 싶으면 공원이나 수목원 혹은 산으로 간다. 키 큰 나무들도 보일 듯 말 듯 꽃을 피운다. 꽃향기 가득한 그곳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왜 그럴까?

LG화학 대학생 에디터 1기인 이소연(응용화학 전공) 님이 정리한 꽃향기 이야기를 보자.

- 꽃향기는 왜 존재할까?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향’으로 곤충이나 동물을 유인합니다. 또 식물의 향에는 살균력이 있어 미생물이 기생하거나 번식하지 못하게 하죠. 벌레들이 식물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자기보호의 임무도 갖고 있습니다.”

- 그럼 왜 꽃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을까?

“꽃 속 유세포에는 방향유 또는 정유라고 부르는 화학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정유에는 향과 관련된 약 50~500개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죠. 이 방향유가 사람의 후각세포에 접촉하게 된다면 감수기를 자극합니다. 이 때문에 마음은 확 트이고 기분은 상쾌하게 만들어줍니다.

정유의 화학성분은 테르펜류이며, 테르펜은 동물과 식물에서 얻어지는 유기화합물 가운데 탄소수가 5의 배수인 것으로, [CH2=C(CH3)CH=CH2]을 구성단위로 합니다. 이외에도 벤젠족의 알코올 및 알데하이드, 키톤과 각종 에스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꽃의 종류에 따라 함유된 성분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꽃마다 향이 다 다르죠. 특히 모노테르펜의 향은 강하고 휘발하기 쉽지만, 식물의 향 가운데 가장 많이 이용됩니다.”- 향기마다 기분이 다를까?

“향 가운데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진정 효과가 있는 것과 마음이 불안정하게 되는 흥분 효과가 있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전자의 예로는 라벤더 향이 대표적이며 이외에도 카모마일, 레몬, 백단 등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자스민 향이 대표적이며 이외에도 장미, 페퍼민트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들어간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냥 아름다워서인가 아니면 꽃향기가 좋아서인가?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에 나오는 글을 보자.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모넬 화학감각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꽃은 향기가 좋아야 보기도 좋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좋은 향기를 맡고 그 후에 보는 사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고, 불쾌한 냄새를 맡고 그 후에 보는 사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향기는 우리에게 감정적 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향기는 정신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는 “초등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나팔나리(백합과)를 교실에 두자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반에는 백합을 심은 화분을 모든 책상에 올려놓았고, 다른 반은 꽃 없이 40분 동안 수학시험을 보게 했다. 그러자 꽃이 없는 교실에서 시험을 본 학생은 시험 전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50㎍/mL가 증가했지만 꽃이 있는 교실에서 시험을 본 학생은 20㎍/mL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꽃향기는 인간의 정신건강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꽃향기를 맡으면 체내에서 좋은 호르몬인 케톤체가 분비되어 뇌 활동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꽃향기는 졸음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켜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니 꽃이 있는 곳에 자주 가자.

김서정 기자(숲해설가)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