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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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혈액을 저장하고 소독하는 장기인 간(肝)을 튼튼하게 해야 했다. 그래서 간의 기(氣)가 흘러드는 간유혈에 뜸을 떠 피를 맑게 하고, 발등 발몸뼈 앞쪽 에 있으면서 간의 원기(原氣)가 흐르는 태충(太衝)혈에 뜸을 떠 간의 혈액 저장 기능을 활발하게 했다. 
피 만들기는 비(脾)가 주관하는 바, 비의 기가 흘러드는 비유(脾兪)혈을 써서 비를 튼튼하게 했다. 생식기에 탈이 나면 폐(肺)도 탈이 나기 쉽고 그에 따라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폐유(肺兪)혈로써 폐(肺)를 튼튼하게 했다.

아울러 내관(內關)혈, 삼음교(三陰交)혈, 천추(天樞)혈, 삼리(三里)혈, 곡지(曲池)혈, 중완(中脘)혈에 뜸을 떠 건강을 북돋웠다.
할아버지는 뜸 치료를 받고 있는 손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손녀는 자신이 어려운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침 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여중생이 라면 보통 침이나 뜸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몸을 움츠리는데도 말이다. 그런 손녀를 보고 할아버지는 더 안쓰러워했다.
“얘야, 뜸으로 병을 이길 수 있단다. 힘내자, 힘내서 해보자꾸나.”
할아버지의 응원에 나도 가세했다.
"남들이 나보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뜸으로 못 고 치는 병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요. 날 믿고 따라올 수 있겠지요?"
손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다음날 손녀는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나타났다. 함께 온 할아버지는 뜸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금방 효과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면서 조금 들떠 있었다. 손녀가 밤에 열이 나지도 않았고 잘 잤으며 아침에도 가뿐히 일어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밤새 손녀를 지켜보느라 잠을 잘 못 잤어도 피곤한 줄 모르겠다며 좋아했다.
8일째 되는 날, 손녀는 출혈이 멈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할아버지는 "이제 너는 살았다”며 손녀를 붙들고 뛸 듯이 기뻐했다. 

지혈이 되고 나면 그 때부터는 피 만들기만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제약공장인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원료 인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피는 저절로 만들어지니 한시름 놓은 셈. 이제부터는 음식의 섭취와 소화를 돕는 일만 남았다.
나는 손녀의 할아버지와 부모에게 뜸뜨는 방법을 익히게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집에서 꾸준히 뜸을 뜨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뜸이 손녀를 살릴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다음호에 계속)

구당 김남수 옹의 책 ‘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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