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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김포시청 정문 앞 도로보수 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던 9급 공무원 ㄱ(37)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온라인 ‘신상털기’에 시달린 ㄱ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민원 내용과 달리 그는 새벽 1시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었단다.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찾은 한 공무원은 “입에 올릴 수 없는 욕들을 필터 없이 듣는다. 더 이상 공무원들이 희생되지 않게 도와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국민신문고’와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 등에 접수된 민원은 총 1238만 1209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정부부처에 공식적으로 민원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인 신뢰가 약해진 상황에서 갈등을 대화보다는 고소·고발 등 사법 조치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악성 민원의 경향성도 악화됐다”며 “악성 민원이 범죄라는 인식을 상기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범죄의 성격을 띠는 악성 민원이 누군가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알면 상황을 좀더 정확히 파악한 뒤 해결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공무원은 민원의 대상이 아니라 칭찬의 대상도 된다는 걸 알려준 소식이 우리를 훈훈하게 해준다.

경남 남해군에 사는 공춘화 할머니(78)는 지난 3월 4일 기본형 공익직불제 신청을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1남 5녀를 키우고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3필지 전답에서 농사를 짓는 공 할머니는 복잡한 서류 때문에 난감해했다. 기본형 공익직불제는 농업 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안정을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추고 준수 사항을 이행한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류 작성에 혼란스러워하는 민원인을 본 박길주 주무관은 직접 전화를 걸어주는 등 신청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고마움을 느낀 공 할머니는 얼마 뒤 면장에게 손편지를 썼다. 상황 설명 뒤 이렇게 덧붙였다.

“내 자식처럼 너무 고맙고 친절하고 해서 면장님께 이런 글을 올립니다. 친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직불금 담당 청년입니다. 면장님 감사합니다.”

맞춤법이 서툰 손편지는 면장에게 전달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박길주 주무관은 “공무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받았다고 해서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 공춘화 할머니, 당연한 일에 감사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고 악성 민원부터 넣는 것보다 당연히 받은 거에 감사를 전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회, 민원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게 해줄 것 같아 미리 감사한다.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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