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병영

음지에서 불거진 부정적인 감정

감사나눔으로 긍정적인 자극 얻고

부모님 감사에 보답하고자

돌연 활기차게 바뀐 군생활

개인 정비 시간 쪼개 공부를

나태한 군생활 안 하겠다고

다짐, 다짐, 다짐

총기와 긍정의 기운 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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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필요한 건

포대장님께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상윤아, 외할아버지 돌아가셨다. 잘 보내드리고 와라.”

순간 마음이 매우 무거워졌습니다. 제 앞집에 살았던 할아버지는 제 인생 22년 동안을 함께한 분이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컴퓨터 사용법을 저에게 배울 때, 할아버지와 동네 식당에서 함께 식사할 때, 가끔 할아버지께 쏠쏠한 용돈을 받을 때 등 많은 추억들이 생각나면서 저는 슬픈 감정에 빠져 서서히 음지로 들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청원 휴가를 나와 장례식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상복을 입은 채 맞아주었고 직계가족의 장례식은 처음이었던 저는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나왔습니다. 가족들 모두가 슬퍼했지만 특히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이 서럽게 울었고 그 모습을 본 저 또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너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기에 제 마음은 좀처럼 음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부대에 복귀하여 예방적 관리 기간을 2주 동안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여 2주 기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게 지나갔고 의미 없는 시간 들이 흘러갔습니다. 예방적 관리가 종료되고 정상적인 일과에 복귀해 근무를 서는 도중 우연히 <감사나눔공모>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글귀는 제 마음에 확 와닿았습니다. 음지에 있는 저에게 필요한 건 어떠한 쾌락이 아닌 따뜻한 햇살 100가지였던 것입니다.

가족에게 감사한 것을 하나둘씩 적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감사를 쓰며 가족들과의 옛날 추억이 조금씩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와 집 앞에서 주차라인을 경계 삼아 배드민턴을 쳤던 추억, 아버지와 고기를 먹고 당구장에서 당구를 쳤던 추억, 남동생과 컴퓨터가 2대 생겼을 때 같이 게임을 재미있게 했던 추억, 여동생과 배고프다고 즉흥적으로 순대국밥을 먹으러 갔던 추억들이 생각나며 그 추억들의 소중함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동생들과 부모님과의 유대감이 강화되었습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며 지금까지 저를 건강하게 키워준 부모님께 무한한 사랑을 느꼈고 그 사랑은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었던 저는 감사나눔으로 인하여 긍정적인 자극을 얻었습니다. 먼저 빠르게 자리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둘러 저의 꿈을 이루고 성공하여 그동안 이유 없는 사랑을 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생각으로 인해 무기력했던 제 군생활은 좀더 활기차고 진취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개인 정비 시간을 쪼개서 저를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고 더 이상 나태한 군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였습니다. 힘이 없었던 제 눈빛에는 총기가 돌고 긍정적인 기운이 저를 감싸 안았습니다.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께서도 이렇게 변한 제 모습을 보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표현이 정말 중요하구나

감사나눔을 통해 저는 표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상이 친구든 가족이든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언제 ‘사랑합니다’라는 표현을 썼는지를 생각해보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을 쓴 기억도 형식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감사나눔을 통하여 우연히 제 마음을 표현하였고 그 우연이 저에게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가족에게 감사한 점 100가지를 쓰고 있다가 문득 감사한 일이 생각나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때 어머니에게 “매일 아침밥은 꼭 챙겨줘서 고마워 엄마”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어색해하는 듯했지만 “우리 큰아들 언제 이렇게 컸지?”라고 하셨습니다. 이때 별거 없어 보이는 한마디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아무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을 숨기는 것보다 직접 표현하는 것이 몇 배 낫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 ‘사랑합니다’는 익숙지 않은 탓에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앞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제 마음을 숨기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감사나눔을 쓰며 결정적으로 느낀 점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특별한 일에 감사하는 것도 좋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들이 항상 건강하고 안전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존재를 위한 건강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저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기에 그동안 무심했던 제 건강에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제 부모님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음지로 들어갔던 저는 언젠가 부모님의 죽음을 맞이할 때의 슬픔을 감당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들의 존재에 감사하고 기억함으로써 더 이상 음지로 들어가진 않을 것입니다.

100가지의 감사를 다 쓰고 난 그날 저는 편안한 상태로 아주 깊이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주 인자한 미소로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이 사실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가족들 중 꿈에 할아버지가 나온 사람은 제가 첫 번째라고 하셨습니다. 슬픈 감정은 더 이상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층 성장했다는 것을 할아버지가 알아주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불안했던 저의 심리상태는 매우 안정되고 여유로워졌습니다. 마치 따뜻한 햇살들이 저를 비춰주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의미 없는 글쓰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 줄 한 줄 적어나갈 때마다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떠오르고 그들 자체가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 한 줄 한 줄이 따뜻한 햇살이 되어 음지에 있는 당신을 비춰줄 것입니다.

글=박상윤 상병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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