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사랑입니다

지난 3월 19일 교보문고 관계자는 5만원권 20장인 100만원과 손편지를 공개했다. 내용은 15년 전 고등학생 신분으로 책을 훔쳤던 이가 늦었지만 지난 과오를 바로잡겠다며 책값을 돌려준 사연이었다.

손편지 시작은 이랬다.

“안녕하세요. 교보문고에 오면 늘 책 향기가 나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책 향기가 마음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네요.

사실 저는 살면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습니다. 모든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진정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가 저질렀다는 잘못을 스스로 고백한 내용을 보자.

“15년여 전 고등학생 시절, 저는 이곳 교보문고(광화문)에 꽤나 자주 왔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려는 의도로 왔지만 이내 내 것이 아닌 책과 각종 학용품류에 손을 댔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하고 반복하던 중 직원에게 딱 걸려 마지막 훔치려던 책들을 아버지께서 지불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너른 풍토가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는 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실천을 했을까?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지막 도둑질을 걸리기 전까지 훔쳤던 책들과 학용품, 그것이 기억났습니다. 가족과 아이들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잘못은 이해해 줄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말하고자 하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습니다. 너무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다짐을 한다.

“저도 교보문고에 신세졌던 만큼 돕고 베풀며 용서하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병현, 김상훈 교보문고 공동 대표이사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창 돈 들어갈 곳이 많은 30대 가장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금액이라 그 마음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며 “‘책을 훔쳐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르라’고 했던 창립자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교보문고는 100만원을 더해 200만원을 아동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할 예정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평소 교육에 관심 많던 신용호 창립자의 뜻을 이어 결식 위기 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에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며 “고객께서 용기 내 보내주신 소중한 마음이 결식 아동들에게 따뜻한 희망으로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이 그의 뜻대로 많은 이들에게 나눔의 정으로 번져가고 있다. 아울러 책도 물건인 만큼 훔쳐서는 안 되지만,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는 교보문고 창업정신도 널리 번지기를 바란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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