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엄마, 여수여행 정말 그립다" 어느덧 7살이 된 하온이가 엄마와 단둘이 처음으로 함께 떠난 여행을 추억하며 문득 이야기한다. 그동안 바쁜 엄마로 인해 아빠와는 여러 차례 1박 2일 여행을 떠났지만 오롯이 엄마와 둘만의 여행은 처음이다.

3월의 오동도 동백열차,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남해 물결, 여수 밤바다를 수놓았던 크루즈에서의 불꽃놀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여유로움을 한없이 즐겼던 브런치, 그 어떤 맛난 음식보다 맛있었던 편의점에서 하온이와 먹었던 컵라면...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와 하온이에게는 그동안 누릴 수 없었던 그리웠던 소소한 일상이었으리라. 이렇게 7살 하온이와, 39살 엄마는 3박 4일의 추억을 만들었다.
하온이도 엄마도 당분간은 오지 않을 시간이란 걸 알고 있기에 그 소중함이 더 했으리라.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온이는 7살 해님반 유치원으로, 엄마는 13년 근무했던 직장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직장인으로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한다.

이십 대에 입사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열정을 다했던 삼십 대를 지나왔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 새로운 시작이 설레기도 낯설기도 하다.
문득, 손경민 작사 작곡의 ‘행복’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하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 >

나의 버킷리스트는 진행 중이다. 세상의 부귀영화, 명예와 영예가 아닌 안온한 일상에 감사하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곁에 있는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삶이다.
조금만 더 꿈을 꾼다면 노년에 책을 쓰는 일이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으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삶의 여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은 삶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한다.

일상에 활기가 필요할 때면 사회복지사로서, 신앙인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일생의 희로애락을 담을 책의 목차를 구상해본다. 그리곤 책의 추천사를 부탁할 사람을 떠올려본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그 행복이 커진다. 

이지현 (용인시수지노인복지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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