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찾는 감사

춘추전국시대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나라에 안영(晏嬰)이라는 명재상이 출현했습니다. 그는 공자가 크게 주목할 정도로 걸물이었는데, 국리민복을 치세의 기본으로 삼고 지배계층의 도덕적 타락을 막아 내정을 충실하게 하고 스스로 검소한 생활을 지켜 언행이 일치하였습니다.
경공(景公) 전대의 장공(莊公)은 암군(暗君)으로 정사를 어지럽힌 탓에 크게 민심을 잃었습니다. 이에 중신인 최저(崔杼)는 자기 집으로 장공을 유인하여 주살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안영은 최저의 집으로 달려가 장공의 죽음을 애도하고 돌아왔습니다. 당시 안영의 가신은 주인의 조문 행차를 말렸습니다. 최저의 반역에 격분한 일단의 무리가 그의 집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조문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지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영은 이렇게 말하면서 가신의 만류를 물리쳤습니다.
“무릇 군주 되는 몸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신하는 또 군주를 도와 나라의 번영에 힘써야 한다. 만약 장공이 진정으로 백성을 아끼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면 우리 신하들은 군주와 행동을 함께 하여 목숨을 바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장공은 무도한 탓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의리를 지킬 명분이 없게 되었고 순절할 필요도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조문마저 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무리 생명의 위협이 크다 해도 주군이 운명했으니 신하의 예는 지켜야 한다.”
쿠데타에 성공한 최저가 장공의 이복동생을 왕으로 옹립했으니, 바로 경공입니다. 이리하여 최저는 우상에 오르고, 함께 거사한 경봉(慶封)은 좌상에 올라 실권을 장악한 후 대신들과 장군들을 모두 불러들여 새 정권에 대한 충성 서약을 요구했습니다. 혈맹의 제단 옆에 깊은 함정을 파놓고 거부하는 자는 함정에 빠뜨려 죽이는 공포의 도가니였습니다. 모두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충성을 서약했습니다.
마침내 안영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단호하게 서약을 거부했습니다. 최저는 약삭빠른 위인이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영을 포섭하려 했습니다. 무도한 장공을 살해한 것이야 백성들이 납득하겠지만 백성들의 신망이 두터운 안영을 죽인다면 ‘혁명’의 대의명분을 상실하게 될 터였습니다. 그걸 잘 아는 최저는 뜻을 함께 하면 중용하겠노라고 회유했으나 안영의 의지는 결연했습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뜻을 굽힐 수는 없다. 이(利)에 혹하여 의(義)를 저버릴 수는 없다. 정도(正道)를 벗어나 일신의 안녕과 영달이 보장된다 해서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최저는 화가 치밀었지만 끝내 안영을 죽이지는 못했습니다. 가까스로 사지를 빠져나온 안영은 마차에 올랐습니다. 마부는 어서 사지를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으로 말에 채찍을 가했습니다. 그러자 안영은 마부를 말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두를 것 없네. 아무리 급히 달아난들 운명이라면 죽음을 피할 순 없을 것이네. 죽고 사는 일이 어찌 말 채찍에 달려 있을 것인가.”     
신호웅․김승일의 <난세에 빛나는 고전 인간경영>에 나오는 고사입니다. 이(利)에 현혹되어 의(義)를 저버리지 않았던 안영은 정도야말로 위기를 이기는 가장 확실한 무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안영처럼 어떤 위기 앞에서도 의연하게 행동할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감사로 충만한 인생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