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현의 세/상/만/사

근래 들어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70대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70대에 새로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분도 있고, 여전히 현장에서 기업체를 경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나이 70이면 휴식을 취하면서 지나온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 당나라 시절 시성(詩聖) 두보는 '곡강(曲江)'이라는 시에서 ‘인생 70 고래희(古來稀)’라고 했습니다. 그 시절 70세까지 산다는 것은 일단은 ‘특별’한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공자는 특별한 의미도 부여했었습니다. 공자는 나이 40을 '불혹(不惑)', 50은 '지천명(知天命)', 그리고 60세를 일컫는 ‘이순(耳順)’을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나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나이 70’은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런데 최근 한국사회에는 바로 그 ‘70대’의 사회지도층 인사 3명이 아름답기는커녕 추한 모습으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돼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대통령에 이어 공직서열 2위인 박희태 국회의장, 두 번째 사람은 장관급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마지막 세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입니다. 이들은 모두 70대 중반으로 현 정권에서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인물들입니다. 사법적 판단을 떠나 이들은 모두 비리에 연루돼 있습니다.
먼저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에 연루된 박 의장은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1월 4일)가 있은 지 한 달여 만에 결국 의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박 의장은 그간 사퇴를 거부해오다가 전 비서가 당초 검찰 진술을 번복하여 '윗선'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전 비서는 언론사에 보낸 고백문에서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인간적 배신감을 토로했습니다.
또 자신의 측근을 통해 국회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친이계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을 사 최근 사퇴를 표명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처신도 곱게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공식 표명한 그는 그 후 열흘이 지나도록 연가를 내놓고는 현재 봉급을 계속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일도 아닌 비리에 연루돼 스스로 사퇴를 표명한 사람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며 혈세를 축내고 있는 모습은 대통령의 ‘멘토’를 자임했던 사람의 처신으로는 결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마지막 한 사람 이상득 의원. 최근 이 의원의 여비서 계좌에서 발견된 괴자금 7억원의 출처를 놓고 세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집안행사 축의금으로 자택 안방 장롱 속에 보관해 왔던 돈"이라며 “결코 대가성 로비자금이거나 불법 정치자금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수성향의 신문조차 사설에서 “정상적으로 조성된 돈이라면 왜 금융회사 통장에 넣지 않고 현금으로 장롱에 넣어 뒀을까”라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3인은 모두 세인들이 부러워할 고관대작에다 재산 역시 남부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추한 모습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됐는데 그 이유는 과욕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노년을 가꾸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인가 봅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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