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에세이

사진/ 박아름

유난히 긴 겨울, 봄의 향기 새록새록 코끝을 간질이는 요즘입니다. 퇴근 버스를 타기 위해 여의도 공원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 길목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지는 노을이 보입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노을이 보이지 않았는데, 해가 길어진 모양입니다. 예전보다 길어진 해의 시계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라보지 않았더라면, 사유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지나쳤을 또 하나의 삶이로구나!’

신이 자연에게 ‘눈’을 선물해준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엇인가를 보라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인간에게만 준 독특한 눈이 있습니다. 바로, ‘마음의 눈’입니다. 자연의 생명들 가운데 많은 종이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인간만이 마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동일한 현상과 모습을 보고도 유독 인간만이 서로 다른 해석을 도출해냅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자연현상 중에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연현상이 우리들에게 재미만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기에 찾아오는 너와 나의 갈등, 가족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민족 간의 갈등 등이 우리의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더욱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사회는 이런 갈등들 때문에 시름시름 아파하고 있지 않는지 질문해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한국사회에 찾아온 사회갈등에 대한 문제의 대안으로 ‘소통하는 문화’를 제시합니다. 그래서인지 여기, 저기서 소통을 외칩니다. 그런데 어느 곳 하나 시원하게 뚫렸다고 말하는 곳이 없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짧은 생각을 감히 글자로 표현해봅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소통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해야 합니다. ‘소통’이란 너와 내가 통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통할 수 있는가?’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길을 만들고 그 길 위에서 너와 내가 만나야합니다. 만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와 내가 길의 중간에서 만나기로 약속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통의 비결입니다. 너를 향해 걸어가는 약속과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오지 않아도 기다리겠노라는 희생의 삶, 비움의 삶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이런 사랑과 희생의 정신이 희미할 뿐입니다. 그런데 여기, 소통을 위한 희생의 결단을 가능케 하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감사’입니다.

감사는 내 인생의 초점(focus)을 뒤바꾸는 것입니다. 내가 잘라서 잘 되어진 줄 알았는데 내 옆에서 묵묵히 도와준 나의 가족과 친구, 동료,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진심으로 깨닫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생의 초점을 나에서 너로 변화시켜주는 것이 ‘감사’입니다. 내 옆에 있는 이웃들에 대해 감사를 고백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그들에 대한 미세한 해석의 변화를 감지하십시오. 그리고 상대방의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예전보다 이웃의 소리를 더 경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청의 시간이 쌓일수록 소통의 시간도 길어지고 자연스럽게 소통의 문화가 꽃피게 될 것입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인생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은 누구에게 열려있지만, 그 변화를 누리는 사람은 선택되어진 사람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감사를 통한 소통의 변화를 누리기 위해 지금 감사하러 가야겠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 웅크려진 우리의 마음이 감사를 통해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의 소식을 알리는 봄의 향기처럼 우리내 삶과 사회 안에도 감사를 통한 소통의 문화가 꽃피우길 기대해봅니다.

사진/ 박아름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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