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본질을 잊지말자

▲ 한국자원봉사문화 교육팀 간사 김민정
몇 달 전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하며 새롭게 둥지를 튼 한국자원봉사문화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한 친구가 말하길 “요즘엔 보육원 애들이 학원도 다니고, 좋은 옷도 입고 그러던데?”
나는 귀를 쫑긋 세우며 무척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에서 사회공헌 차원으로 1년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가는데 이번엔 보육원을 다녀왔거든. 불쌍한 애들 생각해서 선물이랑 과자를 엄청 사갔는데, 보육원 시설도 굉장히 크고 깨끗해서 놀랐어. 근데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학원까지 다닌다는 거야.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내가 뭐하러 봉사활동을 왔나. 괜히 왔다 싶더라고. 요즘엔 정부지원도 많고 기부도 늘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어. 더 어려운 데를 찾아서 가야지 다음번에는 그 보육원 안가기로 했어.”
친구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머물며 모든 사고를 집중시켰고, 몇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하나는 보육원 아이들은 왜 학원을 다니면 안되는지와 다른 하나는 봉사활동을 가기 전에 보육원과의 소통이나 기초교육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보육원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이 봉사활동의 사기를 저하시키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비단 그 친구가 냉혈한 인간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동정이 지나쳐 실망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봉사활동을 할 때 동기와 목적을 어디에 두는지 와도 관련이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가?”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자원봉사는 도덕적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관점에 따라 그 본질을 잊은 채 행위에 집착하지는 않았는지 지금이라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자원봉사자들의 눈높이가 편향되면서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 활동을 연결하는 단체에서는 인식변화와 가치지향을 위한 교육 및 활동보다 더 특별한 이벤트,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더 자극적인 사례들을 찾기 시작했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가리는 게 무의미한 것처럼 자원봉사자와 그들을 연결해 주는 단체는 쳇바퀴 돌듯 흘러가고 있다.

자원봉사 가치와 목적

좋은 시설을 이용하며 학원까지 다니는 보육원 아이들이 깜짝 놀랄만한, 봉사활동이 후회될 정도의 일인가. 비단 친구의 사례뿐이 아니다. 어떤 이는 저소득 가정이라고 해서 방문했는데 메이커 신발에 최신형 컴퓨터, 거기다 피자를 시켜먹은 흔적까지 있는 것을 보고 담당자에게 항의를 하고, 어떤 이는 독거 어르신 댁을 방문했는데 자녀들과 자주 왕래하고 동네 친구들도 많아 다른 어르신을 연결해 달라고 한다. 여러분이 뜨끔해 하듯, 이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5년 넘게 사회복지기관에서 자원봉사 업무를 담당하며 맞닥뜨린 현실이다.
모든 자원봉사자가 그렇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리고 봉사활동 후 이슈와 공감을 통한 자원봉사자들의 소감과 고민,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한 소통을 통해 드러난 봉사자들의 의견은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는 우리가 선의로 베푸는 행동들과 봉사활동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각자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가장 먼저는 자원봉사활동에 함께하는 봉사자와 대상자를 구분하는 관점부터 변화해야 한다. 사회복지 대상자를 사회적 약자라는 틀 안에 가두어 우리가 바라는 모습으로 이미지를 국한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또한 자원봉사자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지원되는 물질적 지원, 1회성 야회체험 활동이나 정서적 지원 등이 받는 이들에게 올가미가 되어 수치심을 주거나 당연시 여기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은 문제성이 짙다. 이제는 어린아이도 다 아는 자발성, 이타성, 무보수성의 자원봉사 특성을 강조하기보다 피봉사자를 대상자로 낙인 시키지 않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원봉사자는 활동에 함께 하는 이를 대상자가 아닌 이웃으로, 평범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평범한 삶, 보통의 삶

보육원 아이들이, 저소득가정이, 독거어르신이 더 자연스럽게 살 수 있으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식물원에 있는 꽃들이 뒷산에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새장에 갇힌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더 자연스럽듯이 보육원이라는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되는 것이, 저소득이라는 계층과 상대적 박탈감이 없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보통의 모습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 친구가 말했던 학원에 다니고 좋은 시설을 이용하는 보육원 아이들의 모습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묻고 싶다. 진정 보통의 삶,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 진정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충분한지.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말이다. 자원봉사자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대상자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라고 이미지를 국한시키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들을 위한 동정, 나를 위한 위안을 버리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원봉사를 해야할 지 깊이 생각해보자.

나의 이웃에 관심 갖자

공자가 말하길,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麟)’이라 했다. 덕이 있으면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서 덕은 관심에서 출발하며 인사와 감사가 절반을 채운다고 생각한다. 만약 보람을 느낄 대상을 찾고 있고. 그래서 더 열악하고 더 어렵고 더 불쌍해 보이는 대상자가 있는 활동거리를 찾고 있다면, 그런 수고와 열정을 내가 사는 동네의 윗집, 옆집, 동네에 투여하길 바란다. 또한 관심 있는 사회적 문제나 이슈에서 활동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가장 자연스럽고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적 도시를 만드는 자원봉사 문화를 만들어 보자. 관습적인 자원봉사 활동 형태를 바꾸고 보다 성숙한 자원봉사 문화를 나부터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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