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겐 우애, 자녀에겐 사랑을 선물하는 ‘감사 제사’

▲ 일러스트 박민선
“벌써 1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아 즐겁게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많은 걸 배우고 싶었는데, 당신을 넘어서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내가 늙어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항상 멋진 아버지로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한 대학생이 타계하신 아버지 1주기를 맞이해 카카오톡에 올렸던 글입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분의 카카오톡 초기화면에 저장돼 있었는데, ‘이 세상의 아들’이 ‘저 세상의 남편’에게 발송한 이 짧은 편지가 혼자가 된 그 분에겐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우연히 이 글을 발견해 읽었다가 나중에 사연을 전해 듣고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납니다.
필자의 아버지가 타계하신 것은 2006년 봄입니다. 올해 봄에도 어김없이 경남 창원에 있는 형님 댁에 온 가족이 모여 6주기 추도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예년과 많이 달랐습니다. 모든 것이 ‘아버지를 위한 100감사’ 발표라는 깜짝 이벤트 덕분이었지요. 추도식이 끝나고 돌아가며 덕담을 나누는 시간에 필자는 100감사를 꺼내서 낭독했습니다.
-당신이 우리의 아버지인 것과 우리가 당신의 아들인 것에 감사합니다.
-한 여성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삼형제 태어나게 하시고 건강하게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삼형제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아침햇살과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정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새참과 막걸리 심부름을 하느라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너고, 논두렁을 걸으면서 풀과 꽃, 벌과 나비, 개구리와 뱀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날 때까지 단 하루도 늦잠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성실함과 부지런함의 DNA를 자식들의 골수에 깊이 각인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땀의 향내를 알라”고 강조해 주시고 쌀과 밥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 업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등은 참 든든하고 따뜻했고 냄새도 좋았습니다.
-맛있는 생선이나 고기반찬이 상에 오르면 “입맛이 없다”면서 자식들에게 양보하신 배려와 사랑에 감사합니다. 그때는 어른들은 고기반찬을 정말 싫어하는 줄 알았습니다.
-술을 많이 드시면 주사를 부리는 안 좋은 버릇이 있었지만 덕분에 가정의 안정과 행복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기에 그것마저 감사합니다.
100감사를 낭독하는 동안 실내가 조용해졌습니다. 추도식 내내 장난치던 어린 조카들도 숙연한 자세로 100감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30분 정도가 지난 후에 100감사 낭독이 모두 끝났고, 가족들이 뜨거운 박수로 화답해 주었습니다. 감격하신 어머니가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시며 100감사에 대한 느낌과 회고를 자식과 손주들에게 들려주셨습니다.
‘감사 제사’는 가족 간의 우애를 강하게 합니다. 최근 김장 때문에 시골집에 모여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세 며느리가 모두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둘째 며느리인 필자의 아내가 창원에 있는 첫째 며느리가 오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해 일정을 짰습니다. 하지만 첫째 며느리의 반론으로 결국에는 모든 식구가 모이는 방향으로 일정을 새롭게 짜야만 했지요. 그런 점에서 ‘감사 제사’는 자녀들에게 가정교육의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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