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정 작가가 아들 김태완에게 보내는 100감사

■ 김서정 작가가 아들 김태완에게 보내는 100감사

“아빠밖에 없다”며,  고맙고 감사해

단 둘만의 1박2일 여행을 떠난 부자가 대구시 김광석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1. 늦은 나이지만 건강하게 태어난 네가 정말 고맙고 감사해.
2. 꼼지락꼼지락 올망졸망 움직일 때마다 귀여운 네가 고맙고 감사해.
3. 때맞춰 뒤집기를 하던 날, 아빠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맙고 감사해.
4. 핸드폰에 대고 네가 “아빠” 하니 진짜 벨소리가 났고, 고맙고 감사해.
5. 엄마 아빠가 청소할 때 보행기에서 텔레비전 광고만 보며 방긋방긋, 고맙고 감사해.
6. 목욕할 때 목욕탕이 좁은 데도 싱긋싱긋 웃어주어서 고마워.
7. 비 오는 날 다음이면 벽에 곰팡이가 피어나는 데도 벽에 머리 쿵쿵 찌며 돌아다니며 웃기만 하는 네가 고마워.
8. 집에서 한참을 걸어가 버스 타고 할아버지 집에 가도 크게 울지 않고 참아줘서 고마워.
9. 부처님 오신 날 조계사에 갔을 때 사람들이 네게 합장했지, 동자승이라고. 귀여워서 고마워.
10. 아빠가 술에 취해 늦게 들어가도 똘망똘망 쳐다봐줘서 고맙고 감사해.

11. 비좁은 집에서 이사를 가던 날, 날 찾아온 분들 앞에서 재롱을 떨어 짙은 인상을 주었지. 고맙고 감사해.
12. 이사 간 집도 그렇게 넓지 않은데, 그래도 운동장처럼 넓게 보면서 신나게 놀아줘서 고맙고 감사해.
13. 옆집 친구, 형아 하고도 싸우지 않고 내 집 네 집 가리지 않고 즐겁게 놀아주고 잘 자라서 고맙고 감사해.
14. 어린 너를 데리고 다녀도 늘 조용히 방긋방긋 웃어주어서 고맙고 감사해.
15. 귀가 아파 수술을 받으러 서울로 멀리 갔었지. 버스로 이동해 미안했는데 그래도 울지 않고 짜증을 안 내서 고맙고 감사해.
16. 유치원 가기 전까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고맙고 감사해.
17. 하루는 네가 볼펜을 입에 물더니 담배 피우는 흉내를 냈지. 그걸 계기로 그 후 담배를 끊게 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18. 유치원에 가서도 너는 크게 말썽부리지 않고 모범생으로만 자랐지. 아빠보다 더 듬직해 보여서 고맙고 감사해.
19. 유치원에서 네가 발을 다쳤다고 해서 너무 놀랬어. 그런데도 너는 오히려 의연했어. 고맙고 감사해.
20. 유치원에서 아빠와 하루 놀러간 적이 있었지. “아빠! 아빠!” 하며 나에게 확 달라붙어 있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웠어. 고맙고 감사해.

21. 아빠가 등산에 취미를 붙였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와 엄마, 이렇게 셋이서 북한산을 열심히 다녔지. 고맙고 감사해.
22. ‘마법 천자문’이 유행일 때 너는 아빠에게 “바람 풍(風)” 그러면 나는 “막을 방(防)”. 가끔 성의 없이 해도 즐거워했던 네가 고맙고 감사해.
23. 너 하고 둘이서 야구나 축구, 배드민턴을 할 때 아빠는 사실 쉽지 않았지. 네가 만든 규칙이 상식 밖이라. 그렇게 틀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내줘서 고맙고 감사해.

24. 유치원 졸업하던 날 네가 원생 대표로 인사를 했었지. 기쁘고 이뻤어. 고맙고 감사해.
25. 어린 네가 수영장에 가자고 해서 둘이 갔지. 유아풀에 들어와 줘서 고맙고 감사해. 네가 한참 망설였거든.
26. 유아풀에서 네 손을 잡고 걷는데 네가 넘어져 빠질까 봐 걱정했어. 그런데 그때의 네 표정이, 그 두려움도 귀여웠어. 고맙고 감사해.
27. 처음으로 입수하던 날, 아빠는 기뻐서 놀랐어. 왜냐면 거의 1년이 걸렸거든. 그런 네 의지에 감사하고 싶어.
28. 아빠가 너를 잡고 팔을 휘젓게 하기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물에 뜨기 시작했어. 스스로 헤엄을 쳐서 고맙고 감사해.
29. 잠시 아빠가 화장실 갔다 오면 풀에 들어가지 않고 나를 기다려주었지. 아빠만 보는 네가 고맙고 감사해.
30. 드디어 초등학교를 들어갔지. 낯설고 낯설었을 텐데 즐겁게 적응을 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31. 수영장에서 이번에는 사우나를 함께 시작했지. 아들과 함께하는 사우나, 고맙고 감사해.
32. 지금도 눈에 선해.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에 가지 못해 늘 바가지에 물을 담아 아빠가 머리를 감겨주었지. 무서운 샤워기가 있는데도 계속 함께 가주어 고맙고 감사해.
33. 그렇게 사우나를 다니던 어느 날 드디어 네가 샤워기 앞에 섰어. 눈을 질끈 감고 샤워기에 물을 맞았지. 아빠는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뻔했어. 고맙고 감사해.
34. 아빠의 특이한 목욕법,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을 따라하면서도 즐거워한 네가 고맙고 감사해.
35. 그러니까 남들 눈치 안 보고 아빠와 너, 둘만의 세상을 만끽하게 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36. 주로 아빠가 너를 씻겨주었는데, 드디어 “아빠, 내가 등 밀어줄게” 했지. 온 천하를 얻었어. 고맙고 감사해.
37. 초등학교 때 너는 게임을 하지 않고, 아빠 엄마 따라서 책을 많이 읽었지. 고맙고 감사해.
38. 학원에 가지 않고도, 학습지 같은 거 하지 않고도 학습을 잘 해내는 네가 고맙고 감사해.
39. 갑자기 다시 네가 유치원 다닐 때가 생각나네. 이틀인가 출장 갔다가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내게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너를 보고 울컥했어. 나를 간절히 기다려주는 사람이, 아들이 있다니. 고맙고 감사해.
40.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너와 나만의 비밀이 있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둘의 비밀. 고맙고 감사해.

41. 여전히 뚜벅이로 사는 아빠 엄마와 다니는 것에 불평불만 해주지 않아 고맙고 감사해.
42.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그야말로 모범생으로 자라주었지. 생각도 깊은 아이였고. 고맙고 감사해.
43. 걸어 코앞에 중학교 놔두고 버스 타고 가야했어. 중학교를 말이야. 시무룩했지만 잘 가주어 고맙고 감사해.
44. 중학교 입학 후 한 달 뒤였나? 아빠는 엄마를 통해 들었지만, 네가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지. 적응이 어렵다고. 스스로 생각해 말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45. 그때 네가 무엇이 문제인지 잘 말해주어 엄마 아빠는 생각을 바꿀 수 있었어.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바꾸기 쉽지 않았지만, 네가 더 중요했지. 고맙고 감사해.
46. 우리 가족 셋이 밥 먹을 때 너는 오랫동안 말을 했어. 그래서 심하게 말해 밥알이 마를 때도 있었지. 국은 예전에 식었고. 식탁 대화를 주도해온 네가 고맙고 감사해.
47. 생각해보니 여전히 네 공부방이 없네. 공부는 할 수 있지만 잠까지 자는 그런 방말이야. 그래도 그렇게 심하게 분통을 터뜨리지 않고 지내주어 고맙고 감사해.
48. 중학생이 되어 함께 가족여행을 갈 때도, 여전히 기차나 버스를 타도, 크게 불평불만 드러내지 않고 잘 따라주어 고맙고 감사해.
49. 좋은 핸드폰을 갖고 싶은 너의 소망을 은근슬쩍 무시하고 저렴한 핸드폰을 사주어도 크게 화내지 않고 잘 가지고 다녀주어 고맙고 감사해.
50. 역시 중학교도 무사히 잘 다녀주어 고맙고 감사해.

51. 네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아빠는 집에 있기 시작했지. 아빠가 너를 데리러 가곤 했는데도 너는 좋아하기만 했어. 고맙고 감사해.
52. 초등학교 때부터는 네가 눈치를 챈 것 같았지. 다른 아빠 하고는 하는 일이 다른 것 같다고. 집에서 일을 하니까 말이야. 그래도 늘 아빠를 좋아해줘서 고맙고 감사해.
53. 아빠가 책을 냈을 때 너는 잘 팔리라고 외쳤지. 그래서 우리 집 부자 되자고.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해.
54. 그런데도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되었지. 그래도 아빠를 작가로 인정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55. 네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지. 아빠가 낮술을 마시고 들어가 동네방네 창피했을 거야. 생전 처음 아빠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고도 아빠를 미워해주지 않아 고맙고 감사해.
56. 화도 잘 내고 엄마한테도 잘 하지 못하고 물질적으로 좋게도 해주지 못하고 그래도 아빠를 지켜주어 고맙고 감사해.
57. 네가 커가면서 알았겠지. 아빠의 사회적 위치와 집안 형편을. 그런데도 그것을 그 자체로 인정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58. 술을 끊는다고 해놓고 또 마시고, 끊는다고 해놓고 또 마시고. 그렇게 변덕스러운 데도 아빠로 인정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59. 너는 항상 엄마 편이었지. 그런데 가끔 내 편을 들어줄 때도 있었지. 아니 너는 분명 아무 편도 아닌데, 아빠가 착각을 한다고. 그러면서도 아빠를 좋아해줘서 고맙고 감사해.
60. 텔레비전을 함께 보면서 너도 정치적으로 바른 판단을 하곤 하지. 이게 다 아빠 영향이라고 하지만 네 주관이 있지. 세상을 바로 보게 되어 고맙고 감사해.

61.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친구들한테 배려심이 있어. 친구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해주는 면들이 많아 보여. 고맙고 감사해.
62. 네가 커서 둘이 걸을 때 은근슬쩍 내가 네 손을 잡지. 손을 잡지 말자고 하지만, 그래도 어이없어 하지 않아 고맙고 감사해.
63. 네가 “학교 가기 싫다” “공부하기 싫다” 그러면 내가 “그렇게 해”라고 하지. 웃으면서 넘어가는 게 고맙고 감사해.
64. 초등학교 졸업식 때 조화를 주었지. 화가 났는데도 꾹 참고 하루를 잘 보내주어 고맙고 감사해.
65. 아빠가 평화길라잡이 한다고 서대문형무소를 갈 때마다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 따라와 주어 고맙고 감사해.
66. 그래, 태완아. 아빠와 함께 다니고 아빠와 함께 있는 것에 부담스럽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즐겁게 다녀주어 고맙고 감사해.
67. 아빠가 뭘 물어보면 웬만하면 솔직하게 대답을 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68. 아빠가 심부름시켜도 잘 들어주어 고맙고 감사해.
69. 실없는 농담, 대책없는 말들, 분명 청소년들에게 유해해 보이지만, 그래도 아빠라며 잘 들어주고 넘어가주어 고맙고 감사해.
70. 아빠와 닮은 점, 학교는 멀리 다닌다. 그렇게 너는 고등학교도 또 버스 타고 한참 가야 했지. 그래도 잘 다녀주어 고맙고 감사해.

71. 중학교 때였던가, 네가 처음 라면을 끓였지, 자립해야 한다며.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여 직접 끓여먹어 고맙고 감사해.
72. 그 뒤로 너는 즐겁게 혼자 라면을 끓여먹곤 했지. 세상에 라면이 제일 맛있다며. 고맙고 감사해.
73. 내가 청소하기 싫어 너 보고 자립 중에 청소도 포함된다고 했지. 역시 또 했지. 고맙고 감사해.
74. 이번에는 설거지였어. 그래도 즐겁게 해냈지. 고맙고 감사해.
75. 네가 옷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엄마 아빠가 비싼 옷을 못 사주어도 잘 입어주어 고맙고 감사해.
76. 그래도 신발만은 좋아야 한다며 좋은 걸로 사주었지. 거기에 감사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77. 겨울에 함께 가족여행 가서 겨울산에 올랐지. 셋 모두 아이젠 찼지만, 너무 미끄러워 너를 보호하며 내려왔지. “아빠밖에 없다”며 엄지 척. 고맙고 감사해.
78. 북한산에서도 너를 보호한다고 아빠 팔이 까졌지. 산에 갈 때마다 “아빠 최고” 그 말에 고맙고 감사해.
79. 북한산 족두리봉에 올라 컵라면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고 감사해.
80. 그러고 보니 둘이서 참 많이 다녔어. 고맙고 감사해.

81. 지지난 겨울 전라도 담양에 함께 갔지. 추운데 버스 타고, 택시 타고, 그래도 즐겁게 다녀주어 고맙고 감사해.
82. 그때 택시기사가 우리를 보고 부럽다고 했지. 부자간에 다니는 게 보기 좋다고. 고맙고 감사해.
83. 네가 카드를 배워서 우리 가족이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었어. 가족 화목에 일익을 담당해서 고맙고 감사해.
84. 아빠 생일날 도화지에 ‘아빠 사랑해’ 시리즈를 써주었어. 동영상으로 보는 순간 감격했어. 아, 잘 해야 하는데. 고맙고 감사해.
85. 자꾸만 생각해도 아빠와 둘이 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어. 고맙고 감사해.
86. 중학교 초기에 힘들어했는데 차츰 적응하면서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보여줘 고맙고 감사해.
87. 중학교 졸업한 날 엄마 아빠가 사준 꽃도 좋아하고 밥도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고 감사해.
88. 지난겨울 네 방을 꾸며준다고 했는데, 여전히 실천을 못했네. 미안하고 고마워.
89.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그래도 갖고 싶은 것 못 가질 때도 있지만 참아주고 받아들여줘 고맙고 감사해.
90. 네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여러 상황을 잘 판단하면서 현명하게 대처해주어 늘 고맙고 감사해.

91. 이제 고1이네. 집에서 멀지만 잘 다녀주어 고마워. 아빠는 몰랐지만, 알고 보니 네 미래를 누구보다 네가 열심히 고민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92. 힘들게 공부할 때마다 아빠 하고 놀자고 하면, 풋 웃으면서도 네 할 일 잘 해내서 고맙고 감사해.
93. 아빠가 약속을 어겨도 그때만 화를 낼 뿐 바로 돌아와 아빠를 아껴주고 인정해줘서 고마워.
94. 아빠가 객쩍은 소리를 할 때마다 “아빠, 그럼 나하고 엄마는 어떻게 하라고?”라며 바르게 지적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95. 아빠 책이 잘 안 되고 기죽어 있을 때 “우리 아빠 작가 맞아”라며 기운을 줄 때마다 고맙고 감사해.

96. 이제는 네가 나보다 키가 훨씬 더 커주어서 고맙고 감사해.
97.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가 네게 잘못한 게 많네.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한 것 같고. 그래도 웃으며 잘 넘어가주어 고맙고 감사해.
98. 고1인 너와의 대화 속에서 이런 거를 느낄 때도 있어. ‘아, 지금의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세상을 잘 파악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어 고맙고 감사해.
99. 여기까지 쓰다 보니 이제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사려가 깊은 네가 고맙고 감사해.
100. 몇 달 전인가, 너와 내가 말다툼을 하고 아빠가 모르쇠로 지내는데, 네가 먼저 말을 걸어서 놀라기도 하고 내 자신이 창피하기도 했어. 그리고 그때 네가 정말 하나의 인격체로, 자립적인 인간으로 자라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런 너의 모습을 못 본 내가 미안했지. 아빠는 너를 존중해! 너의 모든 것을 말이야! 네가 그것을 나에게 알려주었어.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한다! 김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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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내가 잘 해야 할 텐데!”
아들을 향한 아빠의 고백

‘감사’를 알게 된 지 3년이 되었고, 감사나눔신문 편집위원 겸 기자를 하게 된 것은 1년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사에 대한 많은 책을 읽었고, 감사에 대한 여러 기사를 접하고 쏟아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 자신이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매일 감사쓰기였습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는 아침마다 ‘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을 씁니다. 글쓰기 강사임을 알리려고 시작했다가 습관이 되어 거의 매일 쓰고 있습니다.

이삼일 거르면 머리가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아 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성은 이렇습니다. 내가 읽은 책 가운데 공부할 만한 내용을 베껴 쓰고, 그 글을 보며 떠오르는 나의 느낌을 단숨에 쭉쭉 씁니다. 이것을 하고 나면 먹고 살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에 매달립니다. 그러다 보니 감사쓰기를 따로 할 겨를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어느 순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한 권의 책이 끝나고 나면 저자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제가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또 생각해보니 그것은 진심이었습니다.

내게 변화를 가져다준 좋은 저자들, 분명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것은 내가 감사나눔신문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혹은 능동적으로 얻게 된 결과물이었습니다.

감사가 시나브로 내 마음속에 들어차고 있을 무렵, 취재 차 한 기업의 감사워크숍에 갔습니다. 도착해 보니 100감사를 쓰는 시간이었고, 마지막으로 두 분이 남아서 감사족자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경험이 좋은 글을 만든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던 나는 주저 없이 100감사를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대상은 아들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의 탄생부터 써나가는데, 내 스스로 많이 놀랐습니다. 아이에 대한 추억이 어마어마하게 내 안에 쌓여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막상 쓰다 보니 뚜렷하게 기억해내는 장면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역시, 쓰고 안 쓰고의 차이는 엄청나구나! 그렇게 100감사를 쓰고 나니 아이의 얼굴이 내 얼굴 가득 밀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는 감사하고 있구나! 참으로 내가 잘 해야 할 텐데.’ 마지막 질문이 내게로 향한 것을 보고, 감사가 나를 바꾼다는 이론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 감사쓰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틈나는 대로 감사쓰기를 해나갈 것이고, 조만간 집사람을 향한 100감사도 쓸 계획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셋이 한 가족이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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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논평

“진심이 담긴 퉁명스러운 한마디”

사람 사는 것이 어느 집이나 비슷비슷 한 것 같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어느 집이나 조금씩 서먹하기 마련이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따라서 100감사를 써서 아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들과의 관계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

마음 속으로만 품고 있던 감정을 감사로 표현하면 분명 반응을 보이게 된다.

김서정 작가도 그동안 아들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100감사로 정리를 해서 아들 태완이에게 주었다.

그랬더니 아들 태완이는 아빠가 건넨 100감사를 받아 읽고는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건냈다.

“고마워.”

그리고는 돌아서서 가버렸다.

고등학교 1학년인 태완이는 친구들만이 유일한 소통 상대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느닷없이 내민 100감사 편지를 읽어본 태완이의 마음은 1급 태풍이 불어닥친 기분이었다.

그래서 멍멍해진 태완이의 입에서는 그저 “고마워”란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아빠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것이 100감사가 지니고 있는 위력이 아닌가 싶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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