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시골에 혼사나 상사(喪事)가 있으 면 마을 사람들은 일을 도와준다. 대사가 끝나 그 대가로 곡식을 퍼주면 “정가름인 데 뭘~” 하며 한사코 받지 않는다.

‘정가름’이란 ‘정을 나눈다’는 관행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발달한 정서 문화 재요, 민족 특허품이다. 보릿고개에 양식이 떨어지면 동네 여인들은 무리 지어 산나물 을 뜯어 이고 잘 사는 집을 찾아간다. 뒤뜰 에 멍석을 펴고 산나물을 쌓아놓으면 그 집 마님은 한 솥에 밥을 지어 먹이고 돌아 갈 때 곡식 한 됫박씩 퍼준다. 강매행위처 럼 보이지만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이 함 께 공존하는 것이 ‘정가름’이다.

속칭 ‘복돼지사돈’이라는 정가름도 있 다. 좀 사는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의 수복을 비는 뜻에서 3-5-7-9 홀수 돼 지새끼를 사서 이웃에 나누어준다. 이 복 돼지가 자라 새끼를 낳으면 그중 한 마리 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그렇게 돌아온 새 끼를 다시 퍼뜨려 나간다. 이렇게 온 고을 에 퍼뜨려 한 조상어미 젖을 먹고 자란 돼 지사돈끼리 친밀감을 갖는다.

석덤 가름이라는 것도 있다. 여유가 있 는 집 마님은 끼니마다 뒤주에서 쌀을 낼 때 식구 먹을 양식만 내는 것이 아니라 세 몫을 더 내 밥을 짓게 했다. ‘셋을 더한다’ 하여 ‘석덤’이라고 하는 이 잉여의 밥은 그 마을에 못 먹고사는 사람들을 위한 몫인 데 뒷뜰 울타리 개구멍을 통해 정이 갈라 져 나갔다. 그래서 개구멍을 남도에서는 ‘ 정구멍’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한솥밥, 한 어미젖의 나눔을 한 정가름 사이에는 그 를 변제할 의무는 없다. 다만 큰일이 있거 나 품이 필요할 때 너나 할 것 없이 노력 을 제공한다.

그래서 일을 마치면 대가로 곡식을 퍼주 면 “정가름 사이인데…”하고 사양을 한다. 일제 때 농촌 생활실태를 조사해 놓은 것 을 보면 살림살이가 넉넉해 제 식구 먹고 살 수 있는 가구는 겨우 30%였다. 반면에 70%는 먹고 살 아무런 대책이 없는데도 조 금도 불안해하거나 각박하지 않고 그토록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면에 만연되어 있던 ‘정가름’때문이었다.

토지헌납운동(부단 운동)을 펼친 인도 의 비노바 바베(Vinoba Bhave 1895- 1982)는 간디만큼이나 위대한 인물로 여 겨지고 있다.

그는 나눔을 강조 했는데 “도둑질은 범 죄이지만 많은 돈을 쌓아놓는 것은 도둑 을 만들어 내는 더 큰 도둑질이다. 돈이 많 다는 사실로만 존경 받아서는 안된다. 만 약 당신에게 5명의 자녀가 있다면 자녀가 한 명 더 있다고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들 을 위해 6분의 1을 나누라”고 했다.

나눔은 가난한 자와 부자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 부를 나누면 기쁨과 보람을 얻 는다. 소중한 것을 버릴 때 진짜 소중한 것 을 얻고 쓸모없는 것을 버릴 때 쓸모 있는 것이 더 채워지는 법이다. 그리고 베풀고 나누는 삶은 마음속에서 쉬지않고 아름다 운 음악이 연주 된다. 움켜지고자 하는 이 기심을 통해 나오는 ‘잃었다’는 탄식이 나 눔을 통해 나오는 ‘베풀 었다’라는 고백으로 바 뀌어 질 때 ‘나눔의 신 비한 행복’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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