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야할 이유

▲ 안남웅 본지 고문

1960년대 우리나라 고위 권력자의 한사람이었던 국회의장 이기붕(李起鵬)이 받았던 선물은 어떤 것이었을까?
‘장미와 씨날코(김진송 · 푸른역사 刊)’에 실린 이기붕의 선물 목록을 보면 지금 세상에선 하찮고 흔한 물건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이기붕가(家)의 출입인 명부를 분석해서 책을 썼는데 명부엔 4·19 한해 전 1년 동안 이기붕 집을 다녀간 사람의 명단과 이들이 놓고 간 선물 1525건이 적혀 있다.

아스파라거스, 멜론, 쌀, 은어, 새우젓, 산양, 노루, 코카콜라, 전기담요, 돈궤, 양수기, 아이스하키, 호랑이뼈…. 선물은 육·해·공과 농·공(農·工)을 가리지 않았다. 칠면조 8마리가 추수감사절에 들어왔고, 최고 부자들이 즐겼다는 독일 과일음료인 씨날코 30상자도 들어 있었다. 연탄 2000장, 목탄(木炭) 15가마, 장작 4.5가마에 설탕 6포, 소금 13가마, 밀가루 28포대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과연 당시 최고 권력자 집에 들일 선물이 맞나 싶을 것이다.

그 시절 서울 청량리 야채시장 철길 쪽 너른 공터가 온통 장작시장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장작을 우마차에 싣고 다니는 장사치들이 흔했던 시절 이었다. 서민들은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해오거나 어쩌다 장작을 한 아름 사게 되면 불을 때고 밥 짓고 남은 숯으로 국거리까지 끓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장작과 연탄이 얼마나 큰 선물이었겠는가. 이기붕이 받았다는 연탄 2000장 값은 당시 서울 월급쟁이 한 달 평균소득 12만1902환과 맞먹었다.

이기붕 선물 목록을 보면 거꾸로 우리 살림살이가 그동안 얼마나 폈는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권력자 집 곳간에나 채워져 있던 과일, 고기, 해산물, 음료수가 지금은 여느 서민 집 냉장고에 흔하디 흔하다. 아니 당시에는 어느 고관대작도 꿈도 못꾸던 최신형 자동차와 휴대폰, 컬러TV, 컴퓨터 등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다. 보릿고개를 염려하던 우리였는데, 참 대단한 성취라 여겨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만족함을 모른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증손자 원한광 교수가 몇 해 전 미국으로 귀국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 사는 동안 단 한번도 ‘경기가 좋아졌다’, ‘살만하게 되었다’라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분명히 잘살게 되었고, 이전과 비교할 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워졌다. 그런데 오죽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으면 푸른 눈의 그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백성으로 비춰졌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감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현재 나는 얼마만큼의 감사를 느끼며 살고 있는가? 그것은 감사를 표현하는 빈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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