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정 작가의 감사글쓰기 강의 (4)

김서정 작가의 감사글쓰기 강의 (4)

감사는 자국을 남기는 것

글쓰기 수업을 진행할 때 나는 수강생들에게 숙제를 내줍니다. 주문은 간단합니다.

“자유롭게 써오세요. 장르, 내용, 분량,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문자로 쓰고 싶은 것, 마음껏 쓰세요.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것 써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글을 발표해서 다른 분들과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셔도 되고, 그게 내키지 않으면 그냥 묵혀 두셔도 됩니다. 일단 노트든, A4용지든, 컴퓨터든 글을 쓰시는 게 중요하니 꼭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글을 써오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나아가 글을 발표하는 분들도 있고, 숙제니까 해왔는데 발표는 쑥스럽다며 조용히 덮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묻습니다.

“나의 생각이든 대상이든 생각만 할 때와 글쓰기를 하고 났을 때 어떻게 다른가요?”

이런 대답이 나옵니다.

“나의 생각이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그 대상에 대해서는 더 많은 생각이 남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부분이 생각하기, 말하기와 다른 글쓰기 영역입니다. 나의 내면은 더 깊어지고, 대상에 대한 나의 인식은 더 면밀해지면서 관계는 더 친밀해집니다. 글쓰기는 상대를 내 안에 새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에 나의 자국을 남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인들이 사랑하는 첫 번째 시인이 이성복 시인이라고 합니다. 그가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한 시론을 엮은 책이 ‘무한화서’(無限花序)입니다.

무한화서는,

“‘화서(花序)’란 꽃이 줄기에 달리는 방식을 가리킨다. 성장에 제한이 없는 ‘무한화서’는 밑에서 위로, 밖에서 속으로 피는 구심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구체에서 추상으로, 비천한 데서 거룩한 데로 나아가는 시를 비유한 말”입니다.

이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정분 있던 사람은 아닌 사람과 다르다 하지요. 내가 글로 써본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은 달라요. 대상은 기억 못 해도, 내가 남긴 자국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감사쓰기는 타자(他者)를 향한 것입니다. 타자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은 전달되지 않은 내 마음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한 자국 새기기입니다.

감사글쓰기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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