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감사!

“널 어떻게 두고 가지. 아빠 어떡하지 정말….”
지옥 같은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감사!

아빠의 소식을 듣고 급하게 귀국하여 병원으로 향했던 그날,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라고 생각하며 하늘을 원망했다. 병실에 들어갔을 때 마주한 아빠의 모습에는 내가 알던 아빠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당시 아빠의 몸무게는 48kg으로 20kg 가까이 감소했고, 담도까지 막혀 피부부터 흰자위까지 노랗게 착색되어버린,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보였던 아빠의 모습만이 있었다. 그 순간엔 정말 아빠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 뒤로 나는 잔인하게도 아빠를 무너뜨려갔던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지켜봐야했고, 계속되는 통증에 아빠에게도 모든 암환자가 겪는 우울증까지 왔다.

밤샘 병간호를 하던 어느 하루였다. 숨이 막히도록 무거웠던 병실의 공기가 나를 짓눌렀다. 새벽 내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팠던 아빠의 흐느낌도 계속되었다.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내 머리 위로 들려오던 아빠의 목소리.

“널 어떻게 두고 가지. 아빠 어떡하지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버티기 힘든 현실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담담한 척하는 것이었다.

“암 그까짓 거, 요즘 사람들이면 다 한 번씩 겪는 거잖아. 왜 이런 거로 약해져. 병에 약해지는 거 아니야. 이겨버리면 돼.”

차갑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최선이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깟 암 따위가 아빠를 무너뜨리는 게 너무 화가 나서, 병에 지는 것이 아니라 보란 듯이 이기기를 간절히 바랬나보다. 그 당시 내 일기엔 이렇게 써 있다.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달래보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눈물이 차올라 감당되지 않는 순간들을 미소로 숨기고, 기도로 참아내고, 그렇게 또다시 버텨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소망에 진심을 기울여 기도하는 것뿐, 기적이 있을 거란 믿음 하나로” (2015. 09. 24)

힘든 치료를 버텨오며 맞이하게 된 아빠의 생일,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전 세계 많은 친구들이 영상을 보내주었다.

“Happy birthday, don’t give up!”

아빠를 위한 응원에 힘을 입은 걸까. 우리 가족들도, 아빠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임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살아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했고, 매 순간 순간에 감사했다.

지옥 같던 상황 속에서 감사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가족의 진심이 전달되면서 아빠에겐 회복이라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셨고, 아빠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하며 병세를 이겨내었다. 결국 가족의 진심은 그 어떤 치료법보다도 위대했던 것 같다.

아빠는 병원에서도 놀랄 만큼 많이 회복하여 전처럼 밝은 모습을 되찾았지만, 지금도 완치라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고 각별해졌다. 이제는 ‘내일’을 기약하며 사는 삶이 아니라 주어진 오늘에 기뻐하며, 가족의 행복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히 살아가고 있기에.

3년 전 이맘때에도 감사나눔 불씨가 되어 감사스토리를 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 ‘감사’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 생각했고, 오히려 외면하기만 했다.

하지만 결국 이번에도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던 건 마음속 작은 변화의 시작이었고, 그건 바로 ‘감사’였다.

많은 암환자들을 보면 아픔을 겪고 있는 그들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또한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은 결국 자신의 아픔이 되어 마음의 병을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그 당시엔 어떠한 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힘내라”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도 잔인하게 들렸고,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희망의 말은 더 끔찍했다.

그렇기에 환자뿐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도 다른 누구의 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아픔 속에서 가족으로 하나가 되어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후회 없이 서로의 진심을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하며 서로가 서로의 기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박하은(박해섭 이사의 딸)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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