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노년의 눈이 침침한 것은 필요 없는 작은 것은 보지 말고 필요한 큰 것만 보라는 뜻입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필요 없는 작은 말은 듣지 말고 큰 말만 들으라는 뜻입니다. 이가 시린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소화불량 걸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매사에 조심하고 멀리 가지 말라는 뜻입니다.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은 멀리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려는 뜻입니다. 정신이 깜박거리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다 기억하지 말고 아름다운 추억만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부질없이 거부하지 말고 온몸으로 선물처럼 받아들일 일입니다. 가던 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참 많은 법입니다. “날씨는 날의 씨앗/ 날마다 심어지는 씨앗/ 해 뜨는 날은 빛의 씨가 심어지고/ 비 오는 날은 부푼 씨가 심어지고.” 박노해의 시 ‘날씨’의 한 구절입니다. 오늘은 또 어떤 말씨, 마음씨, 인연의 씨앗을 심을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봅니다.

■ 화를 다스리는 법
자신의 힘이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하는 헤라클레스가 어느 날 아주 좁은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보니 길 한가운데에 사과 크기만한 이상한 물건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감히 헤라클레스의 앞길을 방해하다니. 에잇.”
헤라클레스는 발로 그 동그란 것을 툭하고 찼습니다. 그러자 사과만한 그것이 어느새 수박처럼 커졌습니다.
“어, 이게 뭐야. 나를 놀리네.”
흥분한 헤라클레스는 다시 그것을 발로 힘껏 찼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것이 바위만큼 커져버렸습니다.
“그래, 천하의 헤라클레스를 이겨 보겠다고? 어림도 없다. 이놈.”
더욱 열이 오른 헤라클레스는 이번에는 그것을 박살내려고 자신이 들고 있던 커다란 쇠몽둥이를 휘둘렀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아까보다 두 배나 더 커져 마침내 좁은 길을 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화가 난 헤라클레스는 잔뜩 얼굴을 찡그린 채 웃옷을 벗어 던지고 한참 동안 그것을 들어 올려 집어던지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얼굴은 더욱 심하게 일그러져 보기 흉해졌고 덩달아 그것은 더욱 커져서 마침내 산더미만 해졌습니다.
바로 그때 헤라클레스 앞에 아테네 여신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가 하프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자마자 산더미만한 그것은 순식간에 작은 사과 크기가 되어 길 한 모퉁이에 툭 떨어졌습니다. 깜짝 놀라는 헤라클레스에게 아테네 여신이 웃으며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것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 마음속에 있는 화와 같아서 건드리지 않고 두면 작아지지만 건드릴수록 더 커진답니다. 화는 낼수록 더 커지고 조금만 참으면 곧 잊히는 법이지요.“
화(火)를 참지 못하면 더 큰 불행을 부르는 화(禍)가 됩니다. 하지만 세 번 참으면 기쁨의 화(花)가 되지요. 분(憤)을 참지 못하면 거리에 버려지는 분(糞)이 됩니다. 하지만 세 번 참으면 기쁨을 담을 수 있는 분(盆)이 됩니다. 오늘도 나를 괴롭히는 화(火)와 분(憤)을 행복을 담아내는 화분(花盆)으로 만들어 보세요.

■ 깨진 거울
이란 테헤란에 골로스탄 사원을 건축할 당시 왕의 방문에 맞춰 벽장식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커다란 대형 거울을 입구 쪽 벽에 부착하여 왕이 사원에 들어올 때 용모가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거울을 제일 잘 만드는 나라는 프랑스였는데, 특별히 프랑스에 주문한 거울이 도착하여 사원의 벽에 붙이려고 보니 거울이 깨져 있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건축가는 벽을 장식할 다른 방법을 찾느라 며칠 동안을 골몰했습니다. 고민 끝에 그 건축가는 깨져서 버렸던 거울을 다시 가져와 조각을 더 냈습니다. 그리고 그 조각난 유리조각을 벽에다 하나씩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사원의 벽 치장이 끝나갈 무렵 벽에 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조각난 유리조각들로 모자이크된 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찬란함으로 반짝거렸습니다.
“통유리를 붙였다면 반사된 빛으로 인해 내가 제대로 눈도 뜰 수 없었을 것이다. 거울이 깨진 것이 오히려 더 잘 되었어.”
왕이 건축가를 칭찬하며 했던 말입니다. 인생도 깨지지 않은 유리판처럼 통으로 되었다면, 빛이 번득번득 반사되어 흉물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각나고, 모나고, 깨진 거울 같은 상처와 아픔의 조각을 하나하나 마음 판에 붙이다 보면, 어느 날 환한 햇빛이 들어와 그 상처와 아픔은 한층 더 멋있고 황홀한 빛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다친 상처로 인해 잠 못 이루고 아파하고 있습니까? 모자이크가 된 깨진 거울을 생각해 보세요.

■ 앉은뱅이의 실수
옛날에 장바닥을 기어 다니는 앉은뱅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추운 겨울밤이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남의 집 굴뚝을 끌어안고 밤을 보내야 했고, 낮에는 장터를 돌면서 빌어먹으며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터에서 구걸하는 맹인을 만났습니다.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끌어안고 울면서 같이 협력하며 살기로 하였습니다. 앉은뱅이는 맹인에게 자기를 업어주면 길을 안내하겠다고 제안했지요.
맹인이 앉은뱅이를 업고 장터에 나타나면, 서로 돕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던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넉넉한 인심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비록 빌어먹고 살지만 예전보다는 살기가 훨씬 좋아졌지요.
하지만 보는 놈이 똑똑하다고 하더니, 점차 앉은뱅이는 맛있는 음식은 자신이 먼저 골라먹고 맹인에게는 음식을 조금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앉은뱅이는 점점 무거워지고, 맹인은 점점 약해져 갔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시골 논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맹인이 힘이 빠져 쓰러지면서 두 사람 모두 도량에 빠져 죽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조금 능력이 있다고 베풀지 않고 자기 배만 채우다 보면 앉은뱅이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균형과 조화의 마음을 잃으면 공멸합니다. 서로를 위하는 초심을 잃지 않아야 상생할 수 있습니다.

■ 소통과 연대
인간의 뇌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빅퀘스천’의 저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수술실에 직접 들어가 인간의 뇌를 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신기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그저 1.5kg의 고깃덩어리에 불과했지요.
“다만 뇌가 심장 등 다른 기관과 다른 것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각각의 신경세포가 수천, 수만 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 연결과 소통이 무뎌질 때 찾아오는 것이 바로 치매이다.”
따라서 치매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연결과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김대식 교수는 말합니다. 뇌의 위대함은 바로 소통과 연대에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서기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감추지 않는 것이리라. 그것이 서로를 소통시킬 바탕이 되어줄 터이니! 그 아픔과 상처를 조금씩 나누는 가운데 세상은 조금은 더 살 만한, 아니 조금은 더 숨 쉴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지 않겠는가.”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저자 정진홍의 신문 칼럼에서 읽었던 대목입니다. 그렇습니다. 소통과 연대도 자기 연민과 고백에서 출발합니다. 나와 너, 우리는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 거북이의 지혜
거북이는 초조함을 모른다고 합니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머리를 몸 안으로 집어넣고, 햇볕이 따가우면 그늘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이렇게 유순하고 한가로운 동물은 장수합니다. 그러나 거친 맹수는 단명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를 잘 내고 성격이 급하면서 장수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독일의 한 탄광에서 갱도가 무너져 광부들이 갱내에 갇히고 말았을 때의 일입니다.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상태에서 지냈던 그들이 1주일 만에 구조되었는데 사망자는 단 한 사람, 시계를 찬 광부였다고 합니다. 정확한 시간을 알고 있다는 것이 도리어 불안과 초조를 가중시켰고, 그것이 그를 숨지게 했던 것입니다.
사람의 삶에 어찌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오히려 언짢고 궂은 일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행복한 순간을 슬기롭게 다스리는 것이 미덕이라면, 불우하고 불행한 때를 잘 이겨내는 인내는 지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가능하면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의지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관과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면, 낙천과 희망은 건전한 삶에 이르는 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절대 기죽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혜의 삶을 살아 보세요.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